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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대 교황에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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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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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독일인 출신 교황 ... 과도기 교황 적임자 평가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불리우게 될 독일인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의 모습. 사진기자 자료사진
독일의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이 19일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은 제265대 교황에 선출됐다.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만이다. 새 교황은 교황의 이름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사용하기로 했다.

라칭어 추기경은 호르헤 메디나 칠레 추기경이 새 교황의 이름을 발표한 뒤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첫 인사를 했다.

그는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주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 것 없는 나를 선출했다"며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11세기 이후 거의 1천년 만에 독일 출신의 교황이자 8번째 독일인 교황으로 선출된 라칭어 추기경은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 수장으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해왔으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시작되기 전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돼 왔다.

이에 앞서 콘클라베 이틀째 회의가 열린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이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도 10분간 종이 울려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렸다.

라칭어 교황은 누구? ... 엘리트 코스 밟은 보수주의의 리더
지난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반나치주의자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난 라칭어 교황은 1951년 24살로 가톨릭 성직에 입문했으며, 1959년부터 4년간 본대학의 교수를 지냈다. 이후 뮌스터대학, 튀빙겐대학,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다.

1977년 뮌헨 대주교로 발탁된 이후 추기경으로는 꽤 젊은 나이인 50세에 추기경이 됐다. 1981년 신앙교리성 수장, 2002년 추기경단 수장으로 일했다. 20년간 신앙교리성 장관을 지내며 감동적인 강론으로 일반에게 잘 알려졌다.

라칭어는 전 세계 추기경 중 유일한 인터넷 팬 사이트를 가진 인물로 눈길을 끌었으며, 2005년 4월 타임지의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라칭어는 종교적 상대주의, 해방신학 등을 부정하는 강경 보수입장으로 유명하다. 사목서신 등을 통해 ‘낙태 지지 정치인들에게 성찬(예배)을 베풀지 말라’ ‘페미니즘은 여성을 남성의 적으로 만드는 것’ ‘동성애는 죄악’ ‘콘돔 사용은 신의 섭리에 위배’ 등의 보수적 교리해석과 신앙을 강조했다.

라칭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미사를 집전했고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콘클라베를 주관함으로써 보수적인 태도를 지적받았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역할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살아 있을 당시 그의 아주 가까운 조언자로서 ‘교황의 오른팔’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콘클라베 시작 전 미사에서 파벌과 이념, 자유주의, 무신론, 불가지론(不可知論), 상대주의(relativism) 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라칭어의 이 발언은 차기 교황이 교회의 절대적 진리를 수호해야함을 암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라칭어는 ‘신의 충견’으로 불리며 교황청 2위 실력자로서의 엄격한 보수성과 나이, 유럽 출신 등이 교황으로서의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황과 과도기 관리자가 필요한 시점에 보수적인 가톨릭 분위기가 오히려 그의 풍부한 경험과 깔끔한 관리능력, 탁월한 외국어 실력 등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라칭어는 “교회의 현안을 해결한 뒤 몇 년안에 사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과도기 교황’의 적임자로 뽑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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