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신념 지지한 ‘집총거부’ 이경훈 군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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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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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장로 부부 ... “경훈이 같은 피해자 다시는 없길”
영남합회 양산교회에 출석하는 이영수 장로 부부.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온 가족이 교회를 찾아 새벽제단을 쌓고, 각자의 소망을 종이에 적어 기도하며 한 해의 삶을 주님께 맡겨왔던 이들 가족이었다.
하지만, 올 설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들이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은 지금 여느 군인들처럼 자신이 배치 받은 부대에 서있지 않다. 개인의 신앙양심과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모 사단 헌병대에 수감되어 있는 재림군인 이경훈 군(23세, 삼육대 신학과)이 바로 이들 부부의 막내아들이다.
설날 새벽. 부부는 예년처럼 다시 교회를 찾았다. 유난히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 올 설이었기에 이들의 마음은 더욱 미어졌다.
엄동설한에 차가운 영창의 시멘트바닥에 수감되어 있을 아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던 부부의 손에 이내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아들아, 이제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
지난 1월 29일. 이 장로는 육군 헌병대로부터 아들의 구속통지서를 받았다. 총기수여 거부로 인한 항명이 그 이유였다. 아들이 논산훈련소로 입대한지 두 달만 이었다. 그사이 자대 중대장으로부터 아들이 집총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일이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아버지는 아들이 섣부른 충동이나 영웅심에서 집총을 거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염려가 떠나질 않았다.
어머니 역시 재림교회의 교리나 구원의 절대적 기준이 아닌, 집총문제로 아들이 굳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택하려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자칫 아직도 창창한 인생길을 어두운 범법자의 그늘 아래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때문에 부모는 아들을 찾아 회유도 하고, 그의 마음을 이해시키려 무진 노력을 다했다. 설혹, 아들의 마음이 바리새인의 외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동안 어머니는 아들의 ‘고집’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업도 뒤로 한 채, 포천 헌병대까지 다섯 차례나 다녀왔다.
하지만, 부모는 이제 아들의 순수한 신앙양심을 이해하기로 했다. 아니, 만년 철부지로만 알았던 막내 녀석이 이처럼 고귀한 생명존중의 표준과 신앙가치를 품고 살아가기로 한 결심을 존중하며 아들의 의사를 지지하기로 했다. 재림의 시기가 가까워진 이때, 오히려 이러한 마음이 이후로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훈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다”며 수사관 앞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던 엄마는 며칠 전 아들의 마음을 꺾기 위해 써 놓았던 6장의 편지도 모두 가슴에 묻었다.
“다니엘과 요셉을 보호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 확신
아버지 이영수 장로는 아들에게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책임져 주실 것을 믿는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의 마음이 변치 않고, 하나님 앞에 바로 서게 되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이 장로는 “이제 더 두려워 할 것이 뭐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다니엘과 요셉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민순 집사는 “다소 힘이 들더라도 이러한 아픔과 경험이 밑바탕 되어, 보다 높은 차원의 신앙인이 되길 바란다”면서 아들이 이같은 계기로 차원 높은 신앙의 표준을 갖게 되길 기원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선한 동기라면 우리의 연약한 힘도 강하게 하실 것을 믿는다”면서 “훗날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리기별을 힘차게 전파하는 그리스도의 충실한 전도자가 되길 바란다”며 가슴에 담아두었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비무장 전투요원 복무제 도입되어야
다만, 이들 부부는 다시는 이 땅에서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때문에 마치 홍해가 갈리듯 비무장 전투요원으로의 평화적 군복무 길이 조속히 열리길 기원하고 있다.
이 장로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형무소가 아닌 곳에서 보다 다른 방법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가가 포용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 집사는 “끊어진 전통을 다시 세워야 하는 문제라면 교단적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국가가 우리의 평화적 군복무 신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단이 좋은 방안들을 모색하고, 정부와 절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는 아들과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길 간절히 원하는 이들 부부는 이 계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막혀있던 평화적 군복무의 길이 열리게 되길 바라는 마음 역시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일어설 즈음, 이 장로 부부는 아들의 문제가 조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 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가족이나 경훈이만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염려하며 기도해 준 모든 교우들의 마음처럼 하나님의 은혜로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확신했다.
아들은 이제 일정에 따라 한두 달 내로 군사법정에 서야 한다. 자신의 평화적 군복무를 위한 꺾이지 않는 신념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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