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리] 어느 팔순 노모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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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판이 보이자 노파의 눈빛이 흔들렸다. 차분하던 목소리가 가녀리게 떨렸다. 주차장에 내려 건물로 향했다. 출입문이 가까워질수록 ‘엄마’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정금옥 사모. 팔순이 훌쩍 넘은 여사는 평생 영남합회에서 목회하던 고 김경호 목사의 아내다. 큰딸 은혜 씨가 현재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명절을 준비하던 모녀는 모처럼 함께 목욕탕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은혜 씨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을 가쁘게 내쉬며 무척 힘들어했다. 깜짝 놀라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MRI와 CT 등을 촬영했다. 검진결과 급성 뇌경색이었다. 왼쪽 뇌가 부어있었다. 담당의사는 급히 입원해야 한다며 수속을 서둘렀다.
이전부터 가끔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홀로 남은 엄마가 걱정할까 봐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일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에도 변변히 가지 못했다. 지역의료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부담이었다. 이날도 어서 병원에 가자며 다그치는 엄마에게 “괜찮다”며 애써 안심시키던 딸이다.
그날 밤. 은혜 씨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며 떼굴떼굴 굴렀다. 깜짝 놀라 병실의 호출 벨을 누르자 간호사가 뛰어 들어왔다. 다시 정밀촬영을 했다. 의료진은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약만 잘 먹으면 곧 나아질 거라고 했다. 다소 안심했다.
하지만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의사소통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안 되겠다 싶어 다른 대형 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다. 심지어 수술을 해도 살 가망성이 극히 낮다고 했다. 의료진은 생명을 장담할 수 없지만, 비교적 젊으니 그래도 수술을 해보자고 했다.
2월 4일. 머리를 깎은 딸은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갔다.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본인 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볼 정도의 가벼운 인식만 있을 뿐, 여전히 의사소통마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오른쪽에 편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얼마 전에는 뇌전문병원으로 옮겼다. 기자가 동행한 이 날은 병원을 옮긴 후 엄마와 딸이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하루아침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당시만 해도 아픈 걸 전혀 몰랐으니까요. 처음에는 설마 큰병이겠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때 만약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말끝을 흐리는 노모의 목소리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나마 요근래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간단한 의사를 표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수술 직후에는 가족조차 식별하지 못한 채,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더디지만, 그렇게라도 회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과가 좋아지다가도 갑자기 나빠질 수 있어 꾸준히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 딸을 애처로이 바라보는 엄마의 가슴은 미어진다. 평소 그렇게나 건강했던 딸이 이렇게 환자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홀로 된 엄마를 곁에서 지켜드리겠다며 선뜻 친정 주변으로 이사 온 효녀다. 집에 오는 날이면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싸 오거나 손수 만들어주기도 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문제는 하루하루 쌓여가는 치료비다. 간병비만 하루에 15만 원이나 든다. 한 달에 대략 800만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그간에는 두 동생이 빚을 내가면서 감당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다. 부양료와 국민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정금옥 사모 입장에서는 앞이 캄캄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에 있어야 할지 몰라 가슴은 더 답답하다.
그는 병원문을 나서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미가 되어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니 마음이 아프지”라며 덤덤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럴 때 남편이라도 곁에 있으면 의지할 힘이 되련만, 김경호 목사는 3년 전 암으로 투병하다 부활의 소망을 안고 잠들었다. 은퇴 이후에도 10년 동안 목회자 없는 교회를 정성껏 돌보던 그다. 이후에는 대구 강북교회에 출석하며 노년을 보냈다.
“의사들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살려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르는 숨은 뜻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꺼져가는 생명을 붙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예전처럼 건강하지는 않더라도, 기도하면 함께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 해도 정말 고맙습니다. 의미 없는 것 같은 똑같은 하루라 하더라도, 그 하루가 우리에게는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 다음에 계속 -
■ 김은혜 성도 가족을 위한 ‘사랑의 고리’ 전용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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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신문>은 <아드라코리아>와 함께 김은혜 성도 가족을 돕기 위한 ‘사랑의 고리를 이어갑니다’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들에게 기적 같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고, 다시 건강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성도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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