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뿌린 복음의 씨앗, 만개한 꽃처럼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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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4.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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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M 사역부터 ‘핵소 고지’까지 ... 오키나와와 재림교회
충청합회 출신의 남형우 목사가 PMM 선교사로 파송돼 10년간 봉사한 곳이다. 남 목사는 2004년 PMM 2기 선교사로 부름 받아 토미구수쿠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2013년에는 다시 12기로 지원해 나하교회와 우라소에교회를 맡아 목양했다.
그동안 PMM 사역에 복수로 참여해 헌신한 목회자는 있었지만, 이처럼 한 곳에서 10년 이상 사역한 사례는 없다. 남 목사는 4월 1일부로 동경한인교회로 발령 받아 지난 3월 말 이곳을 떠났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연중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키나와는 약 13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섬나라 속 섬’이다. 일본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교회를 쉽게 볼 수 있는 점이 놀랍다. 밤에도 환히 빛나는 십자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일본 전역에서 기독교 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재림교회와도 인연이 깊다. 남형우 목사에 앞서 김광성 목사가 PMM 1기 선교사로 부름 받아 중부도시 요미탄에서 사역한 바 있다. 서해삼육고등학교 등 많은 학교와 기관, 단체에서 단기선교봉사 활동을 다녀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총 없는 병사’ 데스몬드 도스가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핵소고지가 있는 곳이어서 재림교인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오키나와에 재림기별이 전파된 건 특별한 섭리에 의해서다. 일본 본토에서 전해진 것도 아니고, 해외선교사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태평양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수많은 사람이 이민을 떠났는데, 그중 하와이로 간 사람 몇몇이 현지에서 재림성도가 되었다. 자신의 고향에도 복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소망한 이들은 대총회에 선교사 파송을 요청했다.
그리고 교회를 세우라며 증식용 염소를 사서 보냈다. 그것이 벌써 70여 년 전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오키나와 재림교회는 현재 1개의 대회 산하에 16개의 집회소와 약 1000명의 재림성도가 세 천사의 기별을 전파하는 지역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제주도만한 면적에 불과하지만, 등록교인이나 평균출석교인 수가 일본 전체 교인의 1/10 수준에 이른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등 삼육학교와 병원, 양로원 등의 기관을 운영하는 등 다른 어느 곳보다 선교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주일미군으로 배속된 재림군인들을 위한 국제교회가 있다. 오키나와는 재일미군 전용시설의 74%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미군기지가 집중된 곳이다. 한인교민은 채 200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한인집회소는 없다.
남형우 목사가 사역한 교회는 나하시에 위치해 있다. 공항에서 약 20분 거리다. 인구 35만 명이 모여 사는 나하시는 오키나와현청이 소재한 중심부다. 시청, 백화점, 호텔, 상점 등이 밀집한 번화가인 국제거리 등 유명 스폿이 몰려 있어 연중 관광객으로 붐빈다.
나하교회는 오키나와에서 규모가 제일 큰 집회소다. 한때 일본 전역에서 가장 큰 교회이기도 했다. 남 목사가 개척했던 토미구수쿠교회와 몇 해 전 합병했다. 남 목사의 후임으로 현지인 목회자가 부임했다. 게스트룸이 있어 사전에 예약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남 목사는 그동안 나하교회와 우라소에교회 두 곳에서 겸임목회를 했다. 이들 집회소는 지역사회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교회로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남 목사가 시무하는 동안 매주 성경연구반 외에도 다양한 나눔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나하교회는 매주 화요일마다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봉사와 소외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했다. 요양원과 병원을 방문해 환자들을 위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역 중 하나였다.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에는 한글교실을 열었다. 초급반부터 고급반까지 각 과정별로 20여명의 학생이 공부했다. 그 중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2명의 여학생은 삼육대학교로 한국어연수를 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고급반 학생들은 모임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 전,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한글공부뿐 아니라, 한국요리교실과 음악회 등 여러 모양의 교류를 나누며 정이 깊이 들었는데, 헤어지게 돼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우라소에교회는 매주 수요일마다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무료식당과 방과 후 학교를 한다. 집사회와 청년들의 재능기부로 벌써 4년째 운영하고 있다. 20여명의 아이들이 교회에서 공부를 하며 도움을 받는다. 생활형편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재정으로, 달란트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으로,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은 음식을 장만하는 일손을 거들며 나눔을 실천한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이 교회 출신의 삼육중학교 교사가 매주 1시간 반씩 손수 운전해 교회로 달려오고, 청년들도 틈틈이 돕는다. 필요한 예산은 바자회를 열어 마련하거나 후원을 받아 충당했다. 남 목사는 자신이 떠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은 유지될 수 있도록 넉넉한 자금을 모아두었다. 후임자가 의지만 있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일본인들은 사회복지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할 몫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 같은 봉사활동에 소극적인 편이다. 또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걸 무척 조심하는 문화여서 어지간한 믿음이 쌓이지 않고서는 잘 찾지 않는다. 그에 비추어 보면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탄탄한 신뢰를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 자체로 ‘일본판 TMI 사역’이다.
이 밖에 우라소에교회는 매달 첫 번째 월요일마다 교회 앞마당에서 동요카페를 진행한다. 오르간을 주차장으로 갖고 내려와 오후 5시 반부터 1시간 동안 70대의 할머니 집사가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교회 앞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사실 이런 이벤트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음악을 소개하거나 노래솜씨를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번이라도 교회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이곳에 하나님의 성전이 있음을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다.
일본연합회와 오키나와대회는 그동안 지역선교 활성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전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열망이 남 목사의 헌신으로 서서히 싹을 틔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울며 뿌린” 씨앗이 발화하고,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이미 어디에선가는 복음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창한 봄날아침, 이슬을 잔뜩 머금은 꽃잎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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