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팔루시 지진해일 피해 한 달,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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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10.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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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학교는 폭격 맞은 듯 무너지고, 이재민은 실의에
소식을 들은 한국의 교회와 성도들은 이재민 돕기 성금을 모아 보냈고, 천명선교사운동 동인도네시아분원에서 봉사하는 조장원 목사는 이 자금으로 긴급 구호활동을 펼쳤다.
조장원 목사는 피해가 가장 컸던 팔루시와 빠리기를 최근 다녀왔다. 조 목사가 보내온 현지 소식을 옮긴다.
■ 26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빠리기
13일 오후 10시. 마나도 캠퍼스를 출발했다. 목적지인 빠리기까지는 자동차로 26시간 거리다. 꼬박 차를 달려 이튿날 오후 9시가 되어서야 빠리기에 도착했다. 이번 지진해일로 무너진 삼육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밤이 늦었는데도, 모두 나와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웃고는 있었지만, 눈망울 사이로 그간의 고통과 슬픔이 엿보였다.
다시 차를 몰아 뽀소로 향했다. 시계는 어느덧 15일 오전 1시를 가리켰다. 피해가 가장 컸던 팔루시에서 5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은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다. 날이 밝자 시장으로 향했다. 당장 구호에 필요한 쌀과 식용유, 기저귀, 우유 등 2톤 분량의 물품을 구매해 트럭에 실었다.
오후 5시. 다시 빠리기로 돌아왔다. 뽀소에서 2시간이 걸렸다. 식사를 하면서 지진해일로 무너진 삼육학교와 교회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곧 현장을 방문했다. 처참했다. 학교의 6개 교실 중 2개는 완파돼 복구가 아닌 재건축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아이들이 공부했던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천정은 무너져 내렸고, 집기는 모두 부서졌다. 책은 쓰레기처럼 나뒹굴었고, 책상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양철과 함석지붕은 어서 빨리 철거하지 않으면, 누가 언제 무얼 하다 다칠지 모를 만큼 위험해 보였다. 쏟아진 벽돌과 건물 잔해는 발길을 내딛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했다. 한 마디로 폐허 그 자체였다.
바로 옆에 있는 마에싸 빠리기교회는 이 학교를 지원하는 교회였다. 7년 동안 1억5000만원의 자금을 들여 건축해 2년 전 봉헌식을 한 신축 교회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성전 골격에 금이 가고, 기둥이 기울어지는 등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석양을 받으면 황금처럼 빛나던 노란색 외벽은 언뜻 보기엔 큰 이상이 없어보였지만, 성전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랐다. 강대상이 있는 단상 주변을 감싸고 있는 벽은 기둥을 타고 쩍 갈라졌다. 깨진 화분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천정이 떨어져 덜렁거렸다. 이 큰 건물이 이 정도 충격을 입었으니, 당시의 지진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갔다. 아니,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빠리기에 사는 재림성도 중 이번 지진해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부 가옥이 붕괴됐다. 그 트라우마로 마을을 떠난 성도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한국으로부터 후원받은 기부금 중 500만 원을 삼육학교 복구자금으로 전달했다. 마에싸 빠리기교회에도 준비해 간 식료품과 후원금 300만 원을 전했다.
더 오래 머물며 위로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섭리가 있길 기도하며 팔루시로 핸들을 돌렸다. 빠리기에서 3시간 떨어진 이곳은 이번 지진해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아직도 손을 대지 못한 채, 거리 곳곳에 방치된 피해 잔해가 팔루시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렸다. 그날 밤 10시 경, 팔루시 중앙술라웨시합회에 도착했다. 쉴 틈도 없이 가지고 온 2톤가량의 쌀과 각종 물품을 우선 전달했다.
■ 팔루삼육학교, 무너진 교실에 운영 전면 중단
16일 오전 7시. 날이 밝자 서둘러 팔루삼육학교를 찾아 피해상황을 살폈다. 학교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놀고 열심히 공부했을 교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곳이 학교였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교실은 마치 쓰레기장처럼 변해 있었다. 언제 다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선생님이 살던 사택과 학생들의 보금자리인 기숙사는 폭삭 주저앉았다. 벽이 뒤틀려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를 만큼 크게 훼손됐다. 손만 대도 금방 허물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지면은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것처럼 쩍 갈라졌다. 시멘트와 보도블록,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학교운영은 전면 중단됐다. 교장선생님을 만나 2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렇게 큰 재난의 현장 앞에서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우리가 무력하게 느껴졌다.
오전 9시. 중앙술라웨시합회로 발길을 옮겼다. 어젯밤 어두워 자세히 살피지 못한 피해상황을 자세히 체크했다. 합회 건물의 2층이 지진으로 무너지면서 바로 옆의 스띠아부디교회와 합회 재무의 집을 덮쳤다. 이로 인해 스띠아무디교회는 거의 완파되고 말았다. 합회 직원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합회 재무의 사택도 크게 파손됐다.
언론에서 흔히 ‘폭격을 맞은 듯’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정말 그랬다. 지붕 한쪽이 폭격을 맞은 듯 뻥 뚫렸다. 일부 시설물에는 접근이 금지됐다. 한눈에 봐도 매우 위험해 보였다. 보수공사가 시급했다. 그 사이 잔해와 쓰레기를 많이 치우고 정리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한정된 인력으로 인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눈을 돌릴 때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합회장과 재무를 만나 함께 기도를 드리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들은 몇 번이고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조금밖에 도울 수 없는 우리의 처지와 형편이 무척 아쉬웠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다른 손길을 통해 또 도와주실 것이라 믿었다. 상황은 막다른 골목처럼 막막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발견하고 깨달아야 한다.
현재 팔루시에 남아 있는 이재민에게 당장 필요한 식료품은 정부로부터 제공됐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직도 텐트와 임시 거처에 살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지진과 쓰나미의 공포에 떨고 있다. 7만8000명은 아예 팔루시를 떠나 친척들이 있는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실제로 이곳에 살던 몇몇 재림성도가 아무 것도 없이 하룻길이나 떨어진 마나도의 친척집에 가서 의지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날 오후 팔루시에서 떠나 마나도 캠퍼스로 돌아왔다. 17일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성도들의 기도와 넉넉한 후원을 통해 1500만원의 후원금과 5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한국의 재림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야 할 일이 많다.
■ ‘설상가상’ 합회 재정 악화로 급여 50% 삭감했는데...
인도네시아는 85% 이상이 무슬림 지역이다. 아마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번에 방문한 팔루시와 빠리기 지역에서 재림교회의 재난에 대한 정부 지원은 늦어질 것이다. 주민들의 가옥은 일차적으로 지원된다 하더라도, 학교와 교회에 관해서는 언제쯤 도움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슬림의 모스크와 학교를 먼저 세운 후에, 마지막으로 교회와 삼육학교를 도울 게 뻔하다. 그나마도 지원이 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10분의1 정도의 임금인 이곳의 재림성도들에게 교회와 학교 건축은 많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한다. 게다가 피해가 집중된 중앙술라웨시합회는 근래 들어 재정상황이 악화돼 2년 전부터 목회자의 급여를 50% 삭감한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무너진 합회건물이나 교회, 학교를 재건축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천명선교사운동 동인도네시아분원은 한국으로부터 온 따뜻한 후원을 통해 이재민에게 당장 필요한 구호물품과 피해복구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앞으로도 도움이 답지하는 대로,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추가 지원할 생각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재산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이곳의 이재민과 피해자, 교회와 학교, 성도들을 위해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천명선교사운동을 통해 수많은 영혼들이 예수님을 발견하고, 십자가 앞으로 나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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