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놀란 탈북인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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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5.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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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감 속에서도 통일 염원 “하루 속히 북녘 가족 만나길”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민들레(가명) 씨의 마음은 다른 날처럼 평안하지 않았다. 전날 갑작스럽게 들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 때문이었다. 통일을 바라는 우리 민족의 염원이 또 다시 뒤틀려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민들레 씨는 탈북자다. 2014년 북한을 나와 한국에 정착했다. 이 교회에는 민 씨 외에도 여러 명의 탈북자가 다닌다. 평소 5~6명, 많게는 10명이 넘는 사람이 교회를 찾을 때도 있다. 이날도 5명이 출석했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지만, 치열하고 낯선 남한 정착과정에서 진정한 자유와 진리를 찾기 위해 재림성도가 됐다.
민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남북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한반도 정세가 냉각되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다는 뉴스를 보니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하루빨리 ‘판문점 선언’의 약속이 이행되고, 남북관계가 정상화돼 이 문제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탈북했다는 한 남성은 “수십 년을 원수로 여기고 공세를 폈던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과 만난다는 거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정말 성사가 될까?’ ‘진짜 만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취소 뉴스를 보고도 그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아마 미국과 북한의 요구조건이 서로 너무나 차이가 컸던 거 같다”고 전했다.
3년 전 북한을 나왔다는 한 여성은 “뉴스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마음이 좋지 않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핵무기는 북한 정권에 제일 중요한 건데, 그걸 과연 다 포기했을지 의문이다. 숨긴 무기가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방에서 식사봉사를 한 중년의 여성 탈북자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봤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왠지 잘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회담도 많이 하고, 약속도 했지만 정작 실행이 이뤄진 것은 별로 없잖은가. 최근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도 그렇고. 자꾸 뒤엎어지잖나”라고 되물으며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잘한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날 만난 탈북자 재림성도들은 갑작스런 북미회담 취소 소식에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어서 속히 남북 교류 활성화와 통일이 이뤄지길 기원했다.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왔다는 이들은 “이산가족 서신교환이나 왕래만이라도 성사되면 좋겠다. 경제교류도 활성화되고, 관광길도 열려서 서로 자유롭게 오가야 한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우리의 소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예배에서는 ‘재림준비 기름준비’라는 제목의 설교가 선포됐다. 기자에게는 ‘가장 가까운 땅 끝이라는 북한선교야 말로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재림준비고, 탈북자야 말로 이를 준비하는 기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극비리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기사를 쓰는 이 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로 예정했던 북미정상회담 검토가 바뀌지 않았다며 싱가포르 회담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 – 그리고 다시 북미회담의 벼랑 끝 기사회생 등 롤러코스터를 탄 듯 반전과 파격을 거듭하며 한반도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2박3일이었다.
■ 취재에 응한 탈북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정확한 교회와 인터뷰이의 성명, 거주지 등을 밝히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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