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토평교회 연극 ‘빈 방 있습니까’ 초청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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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1.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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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으로 각색 ... 동화 같은 이야기에 먹먹한 감동
1층과 2층 예배당의 좌석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토평교회에서는 극단 증언을 초청해 연극 <빈 방 있습니까>를 공연했다. 구리, 남양주 등 인근 지역뿐 아니라 소문을 듣고 멀리 의정부에서도 찾아왔다.
1982년 첫 무대를 올린 후 37년 동안 해마다 빠짐없이 12월이면 관객 곁으로 찾아오는 이 작품은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연극. 설교 예화에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스토리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주는 동화 같은 따뜻한 이야기와 가슴을 두드리는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며 오랜 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어느 교회 고등부, 연출교사는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성극을 준비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진아 ‘덕구’에게 여관주인 역을 맡긴다. 모든 면에서 소외되던 ‘덕구’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체험시켜 주려는 그의 선한 의도는 그러나 곳곳에서 진통을 겪는다. 하지만 ‘덕구’는 눈물겨운 연습으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가고, 모두의 노력으로 성극은 결실을 향해 간다.
처음엔 ‘덕구’가 참여한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던 학생들도 ‘덕구’의 변화하는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연다. 마침내 12월 24일 당일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성극은 준비한대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그러나 빈 방을 애타게 찾는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를 보자 ‘덕구’는 극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갈등을 겪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연극은 중단되고 만다.
연극 <빈 방 있습니까>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1994년 예술의전당 초청으로 토월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동안 박용수, 유오성, 김미경, 구혜령, 정선일, 강신일, 우상민, 서태화, 임은정, 박노식, 최윤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배우들이 출연해 관객과 만났다.
특히 박재련 대표(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교장)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덕구’ 역을 맡아와 이 작품에 임하는 남다른 열의와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박 대표는 “37년을 계속해 온 연극 <빈 방 있습니까>는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이 연극을 하는 이들은 가장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것을 매년 경험한다. 하나님의 은혜는 아름다운 곳을 더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아닌, 빈 곳을 채우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혜가 채워지는 곳은 우뚝 솟아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 바위산 같은 이의 마음이 아니라, 오솔길 옆 작은 웅덩이 같은 이들의 마음속”이라고 간증했다.
관객들은 막이 내릴 때까지 함께 박수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눈물을 닦으며 죄악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가장 미천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했다.
작품을 지켜본 성도들은 “연극을 망친 ‘덕구’의 진심을 기도하는 독백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리의 잃어버린 순수한 신앙과 낮은 자의 겸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진심이 담아 열연을 펼쳐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색다른 은혜로 송년을 보내게 됐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토평교회에 다니는 한 성도는 “(개런티가 관건이겠지만)욕심 같아선 매년 각 지구 단위로 초청해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편, 극단 증언은 기독교문화의 활성화와 이웃사랑 그리고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1980년 창단했다. 대학로에서 정기공연을 하는 12월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장애인시설이나 군부대, 양로원, 병원, 학교 등을 방문해 연간 4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친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모노드라마나 인형극을 선보인다. 전문배우뿐 아니라 목사, 교수, 교사, 회사원, 사업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해 무보수 봉사를 원칙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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