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정기여 우선협상자 선정 이사회 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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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4.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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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수, 시민 등 수백 명 침묵시위 ... 비공개로 회의 진행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명의로 내건 현수막에는 ‘이사회 결정이 서남대의 미래다. 공정하게 결정하라!’ ‘사심 없는 이사장 정상화의 출발점’ ‘이사회는 비리총장 즉시 해임하고 보직교수들은 즉각 사퇴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정 재단을 거부하거나 지지하는 피켓도 시선을 끌었다.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 앞에는 주로 의과대학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리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듯 MBC, KBS 등 주요 언론사 기자들도 취재열기를 올렸다.
예정시간인 10시가 가까워오자 인수전에 나선 지원 기관의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간간이 특정 기관을 비난하는 구호가 들려왔다. 교수와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립대 차량이 들어설 때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학교법인 삼육학원 관계자들은 이사회 개회를 20분 앞둔 9시40분에 도착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로비에 들어선 황춘광 이사장은 ‘재정기여 의향기관’ 대기실이 마련된 312호 강의실로 발길을 옮겼다. 한국연합회 총무 신양희 목사와 재무 이신연 목사, 홍보부장 엄덕현 목사, 삼육대 교무처장 강진양 교수, 학생처장 김용선 교수, 호남합회장 박정택 목사, 삼육서울병원 이지윤 기획실장 등이 동행했다.
이사회가 열린 317호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국민의 목소리로 나라를 바꿨으면 학생의 목소리로 학교를 바꿔야한다’고 쓴 인쇄물이 나붙었다.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무겁게 흘렀다.
황춘광 이사장은 대기실 좌석에 앉자마자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삼육대 기획처장 이국헌 교수와 한국연합회 박세현 법인실장은 ▲남원캠퍼스 운영 ▲의대 정상화 방안 ▲특성화 및 지역사회협력 등 재정투입 계획안을 기초로 학교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점검했다.
인수계획안 발표는 지난 14일 열린 서남대 구성원 대상 설명회와 마찬가지로 학교법인 삼육학원 – 부산 온종합병원 - 서울시립대 순으로 진행했다. 이날은 구 재단도 참여했다. 하지만 앞선 설명회와는 달리 비공개로 열렸다.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 중 5명이 참석했다. 교수와 학생대표도 자리를 같이했다.
다른 상정 안건을 먼저 처리하느라 재정기여 의향기관 면담은 당초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10시40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이사회는 인수 의향 기관의 프레젠테이션 - 이사진의 질의응답 순으로 열렸다. 발표자를 포함해 4명이 입장했다. 삼육학원에서는 황춘광 이사장, 박세현 법인실장, 삼육대 오덕신 부총장, 기획처장 이국헌 교수가 동석했다. 이사진은 재정 능력과 인수 의지, 학교 발전 방안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학생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한때 진입로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시간이 지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언론도 현장에서 철수했다.
오전 11시20분. 이사회 면담을 마친 학교법인 관계자들이 회의실 문을 나섰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악수를 건넸다. 여전히 어수선한 본관 정문을 나오는 길, 이사회가 끝나길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몇몇 학부모들이 “삼육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두 손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남대 의대 인수 호남지역 설명회’를 위해 광주광역시로 향하는 도중, 삼육대학교가 서울시립대와 함께 서남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뉴스를 타고 알려졌다. 최종 결정 권한이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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