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안식일 지키기 위해’ 어느 의사고시 결시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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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1.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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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날에는 시험을 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서울삼육고등학교에서 재림신앙을 받아들인 그는 지금까지 신실하고 꿋꿋하게 신앙을 지켜왔다. 예쁘고 착하고 똑똑한 마음 여린 의대생이었다.
본과 1학년 때부터 시험과 실습 등이 안식일에 걸리자 없는 용기를 짜내어 여러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허락을 받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유급을 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부모님이 재림신앙을 하지 않는 그는 현실의 벽 앞에서 손을 들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안식일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올해 의사국가시험이 금요일과 토요일로 공고되자 친구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력하겠다며 팔을 걷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행정심판과 인권위원회 청원이 모두 기각됐다.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던 때, 그는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각오를 말씀드렸다.
“하나님의 날에는 시험을 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앓아누우셨다. 며칠을 울면서 설득하셨다. 고집을 꺾지 않으면 시험장이 있는 대구까지 내려와 억지로 끌고 갈 거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시험을 보면 엄마도 꼭 교회에 다니겠다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서로를 끌어안은 엄마와 딸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국가고시 나흘 전, 긴급구제요청을 위해 인권위원회로 모이라고 했을 때, 그는 대구에서 짐을 챙겨 서울로 올라왔다. 그의 손에는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캐리어는 왜?”
“오늘 안식일 문제가 해결되면 서울에서 특별격리 후 시험을 보게 될 거잖아요. 그래서 아예 짐을 다 챙겨왔어요.”
‘기도하고 구한 것은 받은 줄로 믿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재림교인 응시생을 선처하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이틀을 모텔에 묵으며 공부했다. 시험 전날인 6일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자, 그는 다시 캐리어를 끌고 당초 배정받은 대구로 향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금요일 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염원했건만, 안식일 아침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터벅터벅 시험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국시원의 한 고위관계자와 마주쳤다. 끝까지 재림교인 구제책 마련에 완고하게 반대했던 장본인이었다. 발걸음이 그의 앞으로 향했다.
“국시원, 000 님 맞으시죠? 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 강재림입니다”
뜻밖의 인사에 그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시험을 보러 왔느냐며 잘했다고,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어깨를 토닥였다. 참아왔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왜 시험 날짜를 안 바꿔 주셨어요? 왜 일몰 후 시험도 못 보게 하셨어요? 저는 어머니 때문에 시험을 보러 왔지만, 지금 시험 못보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비록 저는 시험을 보러 오긴 했지만,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요”
“아.. 아니.. 인권위에서 허락하지 않아서 시험을 치르게 해줄 수 없었다구. 내년에는 친구들도 시험 볼 수 있을 테니 울지 말고 시험 잘 봐요”
당황한 듯,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른 응시자들은 한 문제라도 더 정답을 맞히려 책을 파고들 때, 그의 책상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같은 시각, 서울영어학원교회 한 쪽에는 무거운 표정의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교회로 향한 3명의 의대생이었다. 이들은 결국 또 다른 1년을 기다려야 하게 됐다.
그 중 한 명은 아예 집에서 쫓겨났다. 의사면허를 코앞에 두고 시험 결시를 선택한 딸에게 아버지는 대노하셨다. 어머니의 신실한 재림신앙을 물려받은 그는 꿈이었던 의사의 길을 잠시 뒤로 미뤄둔 것보다, 기숙사 짐을 빼면 당장 묵을 곳이 없다는 현실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아 하루 종일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딸을 향한 분노와 원망의 화살이 혹여나 아내에게 향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버지의 마음이 어서 빨리 풀리고,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가는 날이 속히 오길 바라는 게 그의 새로운 기도제목이 되었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열린 제81회 의사국가시험을 치른 재림교인 응시생들의 사연이다.
그동안 각종 ‘토요 시험’으로 고통 받는 재림교인을 돕고, 소수 인권존중과 종교자유 보장을 통한 범국가적인 기회평등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 회원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던 학생의 마음도, 시험을 보지 않았던 학생의 마음도,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의 안타까운 마음도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무너졌던 하루였다”며 “종교의 자유를 존중받은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성도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그 누구보다 마음이 아플 당사자인 학생들과 부모님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과 위로가 임하기를. 하나님의 특별한 긍휼과 역사가 일어나기를. 이들의 아픈 마음을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고, 이번 일을 통해 더 성장해서 훗날 어떠한 시련의 폭풍이 오더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믿음의 거장들이 되도록.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처럼, 하나님의 선한 섭리를 주목하도록.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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