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무엇이 당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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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1.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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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대신문사 ‘이끌림’ 기자들의 6박7일 필리핀 원정 취재기
MVP 주간은 총 16주의 학사일정 중 정부가 요구하는 15주 수업 외에 별도의 한 주간을 지정해 신설한 것. 학생들은 이 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다양한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이런 사례는 해외 대학에서는 많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학생들은 각자 팀을 이뤄 ▲해외기업탐방 혹은 창업 캠프 ▲사회봉사 혹은 사회참여 프로젝트 ▲공공이익을 확대하는 행사 기획 및 운영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세미나ㆍ포럼 등 참가 ▲공정여행·오지탐험·극기체험훈련 등 프로젝트 목적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도입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전체 59개 팀에서 257명이 도전했으며, 전원에게 장학금 50만원씩을 지급해 프로젝트 실행을 도왔다. 학생들은 밤샘작업과 수정과정을 거치며 힘들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린 결과물을 내놓았다. 대상은 삼육대 개교 111주년 기념 홍보물을 제작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히믈내’ 팀에게 돌아갔다.
네팔 천국예술학교 지원 프로젝트, 지역사회를 위한 찾아가는 열린 음악회 프로젝트, 우리 땅 독도에 우리 발 딛기 프로젝트, 친환경 미래 에너지를 활용한 실생활 복지향상 프로젝트, 창업준비를 위한 사업체 탐방 프로젝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행됐다. 그중에는 <삼육대신문사> 기자들로 구성한 ‘이끌림’ 팀도 있었다. 이들은 천명선교사훈련원과 선교지 그리고 SDA교육 필리핀연수원에서 프로젝트 취재를 진행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청년들의 삶을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화려한 스펙이 인성보다 우선이고, 자격증 하나라도 더 취득해야 장래에 대한 준비가 된 것 같아 마음을 놓인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이런 치열하고 각박한 시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오지로 향한 젊은이가 있다. 바로 천명선교사이다.
‘이끌림’ 팀은 자신의 친구이자 선후배인 삼육대 학생들이 활동하는 선교지로 눈길을 돌렸다. 권현주(신학·14 / 잠발레스 지역), 윤청아(간호·13 / 바탕가스 지역) 선교사를 만나 과연 무엇이 이 시대에, 1년이란 귀한 시간을 휴학까지 하게하며, 이들을 이 오지까지 이끌었는지 묻고 듣고 사명을 확인했다. 선교사의 모습을 통해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뜨겁게 인도하고 있는지’ 신앙에 대한 근원을 주목했다. 지금부터 그 봉사와 선교의 여정을 함께 따라간다.
■ Part 1: H2O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던 SDA교육 필리핀연수원
‘이끌림’ 팀은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마침 한국에 국제회의 참석차 나와 있던 천명선교사훈련원장 신동희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은 신동희 목사의 친절한 설명과 조언으로 약간은 들뜨고, 약간은 두려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1992년 시작한 천명선교사운동의 현황을 소개한 신동희 목사는 “이 거대한 운동은 선교 수혜국으로 살던 대한민국의 재림교회를 선교 원조국가로 만들었다. 이는 한국 재림교회를 독립성과 주체성을 가진 선교교회로 탈바꿈시킨 놀라운 변화였다”고 의미와 중요성을 조명했다.
이어 “매년 1000명의 선교사를 온 세상에 파송한다는 목표를 넘어 더 많은 성도들이 주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어린이들은 ‘어린이 선교운동(CMM)’에, 중고생들은 ‘중고생선교운동(AMM)’에, 청년들은 천명선교사운동(1000MM)에, 그리고 장년들은 시니어선교운동(SMM)에 참여하여 일평생 선교사로 살아가는 꿈을 이루길 기대한다”며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챌린지 첫 날 오후 8시.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드디어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약 4시간을 날아 마닐라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늦은 밤인데도 후끈한 남국의 열기가 끈적하게 피부를 스쳤다. 출발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오랜 시간동안 일행을 기다렸을 가이드에게 미안했다.
첫 일정은 SDA교육 필리핀연수원의 교육 프로그램 체험이다.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이 연수원은 천명선교사훈련원 캠퍼스와 맞닿아 있어 쾌적하고 조용한 가운데 영어에 몰입할 수 있다. 외국어학습은 물론, 건강한 생활습관 훈련, 인성 및 신앙교육까지 다양한 교육목표를 갖고 운영하는 곳이다. 고유의 H2O(Healthy Happy Outstanding)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
일행은 3일 동안 머물며 다른 연수생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알람소리에 겨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던 이들이 이곳에서는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음악과 체조로 상쾌하게 아침을 열었다. 기상 후에는 전날 배운 표현의 발음과 억양을 복습했다. 몸과 머리를 깨우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는 매번 한국음식과 필리핀요리가 균형 잡혀 나왔다. 맛도 훌륭해 일행은 매우 만족했다.
강의는 레벨테스트를 거쳐 실력에 따라 상/중/하 반으로 나눠 이뤄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상으로 상대평가를 통해 정해진 것이다. 부모님을 따라온 초등학생부터 50대 중년주부까지 연수생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수업은 듣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강사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실력이 부족해 창피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의 표현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교사와 학생의 1대1 대화시간에는 부족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좋았다. 매주 주말 저녁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함께 어울려 파티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일행이 머문 짧은 기간에도 연수원 측은 매일 저녁 흥미 있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연수원장 김선환 목사는 “외국인교사와의 1:1 회화 프로그램으로 단기간에 회화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하는 등 우리 연수원의 교육시스템에 만족하는 수강생이 많다. 실제로 연수생의 80%이상 혹은 90%가까이 다시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만족도가 높다”면서 “이곳은 영어만을 위해 운영하는 전문시설이지만, 영어습득뿐 아니라 인성이나 건강 등 전인교육 개념을 프로그램에 도입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특징을 소개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영어는 개인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그런데 어떤 환경에서 배우는가가 교육의 효과를 좌우한다. 우리 연수원의 탁월한 교육시스템은 이미 검증됐고, 정평이 나 있다. 요즘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등 해외 각국에서도 연수생이 찾아올 만큼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다. 이곳에서 긍정적으로 교육에 참여한다면 외국어 구사능력과 함께, 인생을 보는 시야도 한 층 더 넓어질 것”이라고 초청했다.
수강생 Felicia 씨는 “세계여행을 하며 외국인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 선생님도 친절하고, 비용도 다른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만족스럽다. 체계화된 교육방식이나 환경, 식사도 훌륭하다. 처음에는 자신 없는 영어를 이어나가야만 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만큼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이 느껴진다”고 환하게 웃었다.
■ Part 2: 잠발레스에서 만난 권현주 선교사 ... “하나님께 이끌렸다”
편안했던 SDA교육 연수원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은 본격적인 선교지 탐방에 들어갔다. 6명으로 구성한 ‘이끌림’ 팀은 3명씩 조를 나눴다. 권현주 선교사가 있는 잠발레스에는 A조(안연주, 이다혜, 표수진)가, 윤청아 선교사가 활동하는 바탕가스에는 B조(윤수경, 강주은, 엄강현)가 취재를 떠났다.
새벽 4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잠발레스 팀이 먼저 차에 올랐다. 자동차로 약 7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멀리에서 동이 터 올랐고, 산허리의 능선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초원을 따라 내달렸다. 길가에 노란 낱알이 빼곡히 펼쳐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는 마치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처럼 저마다 외양이 제각각이었다. 지나가는 앰뷸런스를 토끼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신기했다.
사람을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오토바이인 ‘트라이시클’은 택시를 대신했다. 느리고, 덜컹거리고, 비좁았다. 필리핀의 매연을 온몸으로 다 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대신하며 내달린 끝에 10시간여 만에 드디어 권현주 선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필리핀의 뜨거운 햇빛 때문인지 피부가 거의 현지인만큼 까맣게 타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선교사’라면 자칫 대하기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일행과 마찬가지로 22살의 앳된 여대생이다. 기자들은 필리핀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학용품과 여성용품을 선물로 건넸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이 더 환하게 빛났다.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자신이 사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모기장을 친 나무판자 위에 침낭을 깐 게 침대였다. 머리맡으로 가끔 도마뱀이나 거미도 나타난단다. 뜨악하는 기자들과는 달리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보였다.
짐을 풀고 마을로 나갔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시골이었다.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과 눈이 마주칠 때면 먼저 미소를 짓고 인사를 건넸다. 꼬마들은 일행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처음 본 외국인이 낯설 법도 한데, 거리낌 없이 팔짱을 끼고 재잘거렸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을 어귀에서는 권현주 선교사가 알려준 노래 ‘싹 트네’를 한국어로 불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치 일행을 위한 환영의 메시지 같았다.
곧 리버사이드(river side) 판자촌으로 향했다. 권현주 선교사는 매일 이곳을 찾아 혈압을 체크해 준다. 건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이렇듯 그는 이 마을에서 누구에게는 의사, 누구에게는 딸, 누구에게는 언니의 역할을 했다. 이미 이 지역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있는 듯했다.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길, 일행은 노을이 지는 골목을 걸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던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핑크빛 하늘, 천천히 걷는 여유, 스스럼없는 인사 모두가 생경한 경험이었다. 기자들은 어린아이가 된 듯 행복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되자 걱정이 밀려왔다. 모두가 한데 모여 잠을 청하기에는 방이 너무 비좁았기 때문. 그러던 중 인근에 사는 한 장로님 댁에서 연락이 왔다. 잠자리와 저녁식사를 제공해 주겠다며 초청한 것이다.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와 함께 현지인의 가정을 체험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권현주 선교사와 일행은 교회로 돌아왔다. 마침 금요일이라 안식일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해야 했다. 그리고 ‘이끌림’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자신을 여기까지 이끈 건 “하나님의 부르심”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봉사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지 경험하면서, 한국에 가서도 남을 돕고 타인의 아픔을 달래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학과생은 대개 2학년 때 교내 학과전도사가 되고, 3학년이 되면 지역교회의 전도사로 활동해요. 저 또한 당연히 그 길을 가리라 계획했죠. 하지만 하나님께 여러 선택지 중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해 간절히 기도드렸어요. 그 과정에서 천명선교사라는 응답을 얻었고, 고민하던 중 부르심이라는 확신이 생겨 지원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일행은 다시 마닐라로 출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이 필리핀 연휴의 시작이라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무려 11시간을 비좁은 자동차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다. 마닐라 시내에서만 꼬박 3시간을 있었다. 아무리 자고, 먹고, 떠들고 놀아도 지루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힘들고 지루해도 권현주 선교사와의 만남을 되돌아볼수록 감동은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 Part 3: 바탕가스에서 만난 윤청아 선교사 ... “준비? 오직 빈 마음뿐”
바탕가스로 가는 길은 의외로 험난했다. 가파른 산을 넘어 해안선을 타고 도는 도로였다. 매우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했다. 결국 멀미를 한 기자도 있었다. 그렇게 울렁거리는 속으로 약 2시간 만에 도착한 바탕가스는 생각보다 훨씬 대도시였다. 활기에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과 자동차의 물결로 꽉 막힌 도로가 애초 생각했던 ‘선교지’의 느낌은 아니었다.
일행은 시내 안에 있는 한 채식식당에서 윤청아 선교사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었다. 낯선 환경에 어쩔 줄 몰라 쭈뼛거리는 기자들을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그는 방학 중 필리핀의 한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왔다가 그 기억이 너무 좋아 그 길로 천명선교사를 지원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자신조차 무엇에 그렇게 깊고 강한 이끌림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그가 갑자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저는 아버지는 신앙을 하지 않고, 엄마만 교회에 다니세요. 초등학교 때 어느 날이었을 거예요. 동생과 함께 자고 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와 제 곁에 조용히 앉더니 손을 잡고 저희를 위해 기도하시는 걸 느꼈어요. 잠결에 눈을 뜰 수는 없었지만, 엄마의 간절한 음성과 따뜻한 손길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나를 위해 눈물 흘리며 무릎을 꿇는 엄마의 간절한 기도. 그게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해 준 이끌림 아니었을까요?”
사실 그의 선교지는 매우 특이하다. 대부분 오지로 배치되는데, 유독 그는 대도시의 채식식당에 파송됐으니 무척 이례적이다. 천명선교사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혹여나 이런 배정에 실망(?)하지는 않았을까.
“처음에는 오지에서 하는 선교가 제대로 된 선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탕가스에서의 사역을 통해 저 또한 편견을 깬 것 같아요. 식당에 오는 손님을 위주로 선교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저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분명한 계획이 있다는 걸 믿기에 실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는 걸요!”
그렇다면, 선교사를 지원하려는 청년은 특별히 무얼 준비해야 할까. 강한 선교정신일수도 있고, 유창한 외국어실력일수도 있고, 혹은 음악이나 미술 등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한 재능일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선교사는 무엇보다 빈 마음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저도 선교사에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전공을 살려 온갖 약품과 의학지식을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걸 전혀 쓸 수 없는 곳으로 보내셨죠. 처음에는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사람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그 뜻을 알겠어요”
그날 저녁.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무더위에도 으슬으슬 춥다며 옷을 챙겨 입었다. 몸에 열이 올랐다. 배탈설사로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증세가 가라앉지 않았다. 급한 대로 해열제를 먹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튿날까지 차도가 없었다.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를 비롯해 세 가지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박테리아성 장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후에야 겨우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행히 윤청아 선교사가 간호학과 학생이었기에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적절히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기자들의 동료의식도 빛났다. 탈수를 막기 위해 계속 이온음료를 사다 날랐고,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한 채 곁에서 후배 기자를 간호한 선배도 있었다. 특별한 경험 하나 없이 인터뷰만으로 끝날 뻔했던 선교지 탐방이 박테리아 감염 덕분에 흥미진진해졌다.
게다가 기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서였을까. 기자들 모두 윤청아 선교사와 헤어지기 아쉬워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마닐라로 출발했다.
윤청아 선교사를 보며 기자들 모두 “사람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고, 예뻐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행동과 깊은 눈빛, 아름다운 신앙을 보며 큰 울림을 느꼈다. 어느새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었다.
■ Part 4: ‘이끌림’ 기자들, 필리핀의 ‘이것’에 이끌리다
이번 필리핀 원정 취재를 결심한 6명의 기자들은 ‘이끌림’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다. 어쩌면 서로 다른 이유와 ‘이끌림’이 있었기에 이번 MVP 챌린지 프로젝트에 참가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속내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각자는 결국 필리핀의 이끌림에 함께 했고, 같이 보고 듣고 느꼈으며, 마지막까지 동행했다.
흔히 친한 친구끼리는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사소한 차이가 다툼이나 불만으로 이어져 급기야 사이가 멀어지거나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기간 동안 ‘이끌림’ 팀 기자들에게서 이런 갈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짜증이 밀려오고, 힘들 때마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도와주려 애썼다. 베이스캠프가 된 천명선교사훈련원으로 귀환한 날 밤. 일행은 새벽을 맞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끈끈한 동료애를 쌓아갔다.
어느덧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 천명선교사훈련원에서 가까운 피플스파크에 들렀다. 끝이 어딘지 모를 만큼 높게 뻗은 하늘과 그 하늘만큼 선명하게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빽빽한 나무들로 우거진 울창한 열대우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경관에 막혔던 숨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눈을 들어 바라본 하늘에서 일행에게 작별인사라도 건네는 듯 안개비가 내렸다. 두 손을 들어 손을 흔드는 듯, 저 멀리 쌍무지개가 떠올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은 생각했다. 편안한 숙소와 맛있는 식사를 통해 필리핀과의 첫 만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SDA교육 영어연수원, 어엿한 선교사로 활동 중인 동료 학우들과의 만남, 그리고 조건 없는 미소와 따뜻함이 몸에 배인 친절, 잊고 살았던 여유와 자연의 소중함까지. 그렇게 감사와 행복,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숨 가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들은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에 이끌리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을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당신을 여기까지 인도했습니까”
취재 진행 = <삼육대신문사 챌린지 해외원정대> ‘이끌림’ 팀
참가자: 안연주(영문) 윤수경(영문) 표수진(영문) 이다혜(영문) 강주은(영문) 엄강현(생활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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