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낯설고 물설어 힘들지만 “우린 꼬마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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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01.2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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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합회 어린이부장 민경채 목사의 CMM 인솔기
마닐라행 PR467편에 오르기 전, 각자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할 소지품이 담긴 여행용가방과 선교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더 많은 짐을 수화물로 보내기 위한 복잡한 절차가 이어졌다.
출국에 앞서, 배웅 나온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모든 대원들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체험을 간직하고, 안전하게 귀국하기를 원하는 마음이었다. 이윽고 모든 대원을 태운 비행기가 동체를 서서히 움직이며, 선교의 기대와 함께 힘차게 날아올랐다.
약 4시간 후, 일행은 현지시각 정오에 마닐라에 도착했다. 부모와 동행하지 않은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공증 받은 서류를 보이며, 입국수속을 밟느라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짐을 찾고 통관절차를 거쳐 오랜 기다림 끝에 일행을 마중 나온 천명선교사훈련원 부원장 오창규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 따가이따이로 향했다. 그리고 실랑의 까비떼 지역에 위치한 천명선교사 캠퍼스에 도착했다. 어린 대원들이 낯선 이국의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정성을 다해 식사를 준비해 주신 덕분에 든든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가져간 짐을 채 풀기도 전, 대원들은 입소식 준비로 분주했다. 벌써 창밖은 땅거미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CMM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는 대원들의 모습은 마치 군에 갓 입대해 신병교육대에서 전투복을 입는 것 같았다. 다소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될 텐데, 재잘거리며 웃고 떠드는 모습에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때 묻지 않은 맑고 청량한 목소리로 어린이찬미가를 목청껏 부를 때는, 잔잔한 감동이 움돋았다. 어린이들의 찬양이 조용하던 캠퍼스에 물결처럼 메아리쳤다.
이번 기간 동안 총괄 교육단장으로 수고할 오창규 목사와 전석진 목사의 도움을 받아 선교사 정신과 선교지에서 수행할 역할 및 봉사활동 등 예비훈련을 받았다.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원들은 ‘전도법’ ‘천명선교사의 이해’ ‘필리핀문화 이해’ ‘선교영어회화’ ‘선교사 경험담’ ‘노작’ 등 선교사로서 지녀야 할 덕목을 배우며, 소정의 훈련을 이수했다. 한국에서라면 아직도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았을 새벽 5시30분에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일어나 개인정비를 하고, 아침예배를 드리고, 음악에 맞춰 선교사본부 중앙로를 뛰어다니며 선교사정신을 익혔다.
12월 28일. 드디어 파송의 날 아침이 밝았다. 천명선교사 언니, 오빠들이 공식 훈련과 교육을 마치고 눈물로 헌신을 다짐한다는 파송의 탑 앞에서 “우리는 선교사다. 한번 선교사는 영원한 선교사다”라고 구호를 제창했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가 서툴 법도 하지만 큰 목소리로 입을 맞춰 또박또박 함성을 외쳤다. 세상을 향한 마지막 기별을 전하는 세 천사의 나팔이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선교현장으로 떠나는 대원들은 어느새 제법 늠름해진 모습으로 부쩍 성장한 듯 했다. 동중한합회 팀은 마닐라를 통과해 잠발레스의 산타크루즈교회로 향했다. 서중한합회 팀은 두 대의 승합차에 나눠 타고 바탕가스로 출발했다. 영남·충청·호남합회 연합팀은 마신룩교회로 떠나는 대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선교사훈련원 캠퍼스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이나 떨어진 곳이다.
한국연합회 어린이부는 우선 서중한합회 팀과 동행했다. 바탕가스에는 한국이 윤청아 선교사가 파송되어 활동하고 있다. 2시간을 달려 대원들이 숙소로 사용할 메트로바탕가스 삼육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마켓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하고, 낯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시설을 정리했다.
“그래도 선교사본부가 여기보다 훨씬 좋다”
“선교사본부보다는 집이 좋지”
시원한 에어컨도 없고, 화장실도 불편한 환경에 아이들이 너나없이 재잘거리며 한 마디씩 툭툭 던진다. 잠자던 감사함이 눈을 뜨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오후부터 시작하는 성경학교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빵빵하게 분 풍선에 간단한 초청의 메시지를 정성껏 눌러 썼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인들의 안내로 집집 방문에 나섰다. 말이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을 총동원하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기도했지만 맑은 눈을 가진 이국의 어른과 아이들은 함께 손을 모았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100명이 넘는 주민이 학교 옥상에 마련된 집회장을 찾아 신나는 성경학교에 참여했다.
이튿날, 마신룩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대만과 필리핀인 선교사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그나마 전날 도착한 목사님과 지도교사들이 고쳐놓은 것이라고 했다.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두 근 반 세 근 반 염려했던 성경학교에는 150명이 넘게 찾아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급기야 마을 체육관을 빌려야 했다. 얼굴이 뽀얀 한국의 아이들이 궁금했는지 동네꼬마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교회 근처를 맴돌았다.
대원들의 끝 모를 무용담을 듣고 있노라니 대견하기도 하고, 교회 바닥에서 자야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르고, 씻는 것이나 화장실도 불편했을 텐데, 오히려 “며칠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다음날, 40분 거리에 떨어진 잠발레스의 산타크루즈교회로 차를 몰았다. 권현주 선교사가 봉사하는 곳이다. 대원들은 트라이시클을 타고 교회에서 약 4Km 떨어진 공터에서 성경학교를 진행했다. 긴 이동시간과 불편한 잠자리,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등 그 무엇도 이들의 열정을 빼앗을 순 없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봉사해줘 고맙다는 현지인의 인사에 감사의 조건은 언제나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대원들은 몸소 익혔다.
3박4일의 선교지 체험을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온 CMM 대원들의 표정에서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가슴에는 CMM선교사 배지가 달렸다. 저마다의 손에는 자랑스러운 9기생 수료증이 들렸다. 헌신회에서 ‘어린 선교사’들은 훗날 학생선교사, 1000명선교사가 되어 이곳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 감동과 여운을 뒤로하고 일행은 1월 5일 무사히 인천에 도착했다. 멀리 떠났던 자식을 맞이하는 장면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평소 고생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은 아이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을 바라보던 엄마의 눈가에도 어느새 굵은 눈물이 반짝였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며 공항을 나서는 순간, 여기까지 인도하신 참 좋으신 하나님께 절로 감사와 찬양의 기도가 마음속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들의 가슴에 작게 뿌려진 영원히 잊히지 않을 선교지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훗날 아름답게 자라나 또 다른 선교사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심이라”(마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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