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진 공포’ 경주교회에서 보낸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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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6.09.2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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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피해 크지 않아 ... “마지막 시대, 신앙점검의 계기로”
이 지역 대표적 재래시장인 중앙시장과 인접한 곳이다. 고속버스터미널과도 가까워 외지인에게도 교통이 편리하다.
2층에 위치한 교회에 들어서니 아담한 본당이 손님을 반긴다. 3년 전 신축해서인지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안식일 평균 출석인원이 20명이 채 되지 않는 연약한 교회지만, 활력이 넘친다. 오랜 만에 만난 성도들은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살뜰하게 챙긴다. 흔히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 교회야말로 그런 분위기다. 식구가 많지는 않아도 서로가 오순도순 정겹다.
지난 24일 안식일 영남합회 경주교회(예식담임 고청현)의 풍경이다. 197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난 지 12일 만이었다. 그사이 정부가 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40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던 때다.
앞서 12일 오후 7시45분께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에서 첫 지진이 발생하고, 같은 날 오후 8시33분에 규모 5.8 지진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던 터다.
공교롭게도 일주일 뒤인 지난 19일 저녁 8시34분에는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여진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지진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꼬리를 물고 있었다.
기자가 경주로 향하던 23일 오후에도 36시간 만에 규모 2.1의 여진이 재개됐다는 속보가 떴다. 일본에서는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런 가운데 맞은 안식일은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연이은 지진으로 걱정과 근심에 빠져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성도들의 표정은 밝았다. “한 주간 평안하셨어요?”라는 인사가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성도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 일부 가구의 담장에 금이 가는 등 약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랑으로 화합하여 성령의 능력을 경험하는 교회’라는 표어아래 복음의 등불을 비추고 있는 경주교회는 요즘 매 안식일을 손님 초청 안식일로 꾸미고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 등 구도자를 초대해 ‘다시 찾은 인생의 행복’을 주제로 말씀을 전한다. ‘성경’ ‘복음’ 등을 시리즈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합회 어린이부장과 예식담임을 겸하고 있는 고청현 목사는 이날 ‘인생사용설명서를 가진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성경만이 인생의 행복으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다. 방향을 잃어버리면 인생이 허망해질 수밖에 없다. 천지를 지으시고 사람을 만드신 창조주만이 우리의 인생사용 설명서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삶은 마치 물을 떠난 물고기처럼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에 하나님을 채울 때 삶은 심포니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살다보면 여러 문제로 낙담하고 슬퍼할 때가 많지만, 그분을 찾음으로 잃었던 빛을 회복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성도들은 “지진의 공포로 인해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우리는 기별을 가진 백성으로서 이 사회에 재림의 소망을 나눠야 할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입을 모으면서 “놀란 시민들에게 치유와 회복,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복음의 등대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손모아 기도했다.
고청현 목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진 발생 소식이 전해진 후 많은 분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염려하고 걱정해주셨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역시 재림교회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더욱 많이 갖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하며 “워낙 드문 일을 겪다보니 심리적 충격을 받은 분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성도들이 더욱 담대한 심령과 본향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경주에 규모 2.1의 여진이 다시 발생해 불안감을 진정시키던 주민들의 평정심을 깨트렸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예배시간에 불렀던 찬미의 가사처럼 경주교회가 ‘저 산 밑의 백합 같은’ ‘빛나는 새벽별 같은’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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