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없어 신축 못하는 ‘청소년선교 요람’ 나주 새벽이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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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5.11.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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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전원 비신자 자녀로 구성된 청소년교회 ...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진숙(가명 / 16세)이 안에 있냐? 지금 뭐하는 거냐? 얼른 나오지 않고!!”
걸걸한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온 진숙이의 아버지가 불쑥 찾아온 것이다. 대문 밖에서 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는 아버지를 보자 아이는 금세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아... 네... 인자 나가요...”
주눅이 든 아이는 풀이 죽어 대답했지만, 빨리 나오라며 윽박을 지르는 아버지의 목청은 더 커졌다. 그리곤 작심한 듯 내뱉은 한 마디가 교회 안에 있던 이들의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했다.
“이딴 데가 무슨 교회라냐? 사이비 집단이제!! 다시는 발 들여놓을 생각말드라고”
가지 않으려는 딸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고, 골목어귀를 빠져나가던 진숙이 아버지는 아이와 함께 온 친구들마저 모두 데리고 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아이들은 아무도 교회에 오지 않았다.
# 장면 둘
후두둑 후두둑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 온다! 빨리 교회로 모여!”
어디에 있다 왔는지 도르가회장 보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문 밖을 보니 벌써 빗줄기가 강해졌다. 막내 예윤이부터 큰언니 보화까지 온가족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부엌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교회로 뛰어가는 그들의 손에 김치통이며 냄비며 양동이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우당탕탕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들은 마치 훈련받은 사람들처럼 예배당과 식당, 기도실, 창문틀 등 곳곳에 가져온 살림살이를 세워놓았다. 비가 새는 곳의 물받이였다. 몇몇은 그새 바닥에 고인 빗물을 닦아내느라 정신없었다.
그나마 이날은 휴일이어서 모두가 ‘빗물받이’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면 교회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기 일쑤다. 비가 그치고 청소를 마친 뒤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던 이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익숙한 듯 수고했다고 나지막이 건네는 인사에는 힘이 없었다. 아이들의 식은 미소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미어졌다.
# 장면 셋
지난 11월 15일, 호남삼육중고 운동장. 호남 성도들이 한 해 동안 지은 결실을 나누고 감사하는 축제의 장 ‘도농 한마당’이 한창이었다. 어디선가 앳된 목소리의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회 건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양말을 팔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성이 모여 저희들의 소원이 이뤄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처럼 예쁘게 짓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아이들은 목청껏 소리쳤다. 간절해 보였다. 외치고 또 외치다보니 어느덧 목이 쇠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인 예윤이의 손에도 양말 한 꾸러미가 들려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양말팔이 소녀’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파는 양말봉투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었다.
‘저희 교회는 청소년만으로 이뤄진 연약한 교회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헌신이 교회건축에 큰 힘이 됩니다’
호남합회 나주 새벽이슬교회(담임목사 신동수)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 지은 지 18년이 넘은 조립식건물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교회로 보이지 않는다. 후미진 골목길에 그 흔한 십자가 하나 없이 얼기설기 지은 교회는 얼핏 창고에 가깝다.
1998년 당시 평신도 자급사역자였던 신동수 목사(현 담임)와 김경옥 사모의 헌신으로 학생교회로 시작한 이 교회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15년이 넘은 조립식건물은 비가 오면 지붕 곳곳이 새고,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신기한 듯 “요즘도 이런 교회가 있냐?”고 물을 만큼 열악하다.
이럴 때면 신 목사 부부는 남 몰래 눈물을 삼킨다. 마음이 상하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큰 맘 먹고 친구를 초청해 전도하려해도 초라한 외관에 돌아오는 반응은 “이게 무슨 교회냐”는 말이다.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세상의 꼬리가 되지 않고 머리가 되게 하신다’는 성경의 약속이 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 어깨가 처진다.
그런 아이들을 다독이며 “하나님! 새벽이슬교회를 돌봐주십시오. 우리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허락해 주십시오. 쏟아져 들어오는 청소년들을 주의 진리로 인도할 수 있는 교회를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기도한 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교회건축을 할 수 있도록 올 2기 대총회 13째 안식일 헌금을 지원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2억 원의 자금이 배정됐다. 드디어 호남 재림청소년의 요람을 짓는 꿈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염원하던 교회건축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들은 다시 낙담했다. 건축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것. 대총회 지원자금 중 6000만원을 들여 현재의 교회 옆 공터에 70평의 부지를 매입했지만, 남은 헌금 1억4000만원으로 교회신축은 언감생심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꾸미려 해도 3억5000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게 건축업자들의 말이다.
새벽이슬교회에는 건축헌금을 낼 어른이 없다.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30여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교인의 전부다. 그나마도 출석생 전원이 비신자 자녀다. 오히려 부모나 친구들에게 핍박을 받고, 주위의 편견을 견디며 꿋꿋하게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힘겹게 재림신앙을 고수하며 매주 안식일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 이들에게 건축헌금의 짐까지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 교회가 한국 재림교회에서 갖는 특수성과 상징성은 뚜렷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사업이 침체에 빠지고, 농어촌 교회는 장래를 이끌어갈 후세대가 없어 시름이 깊어지는 이때, 순수하게 청소년과 청년으로만 구성된 이 교회는 새로운 대안과 활력을 제시한다.
특히 패스파인더 향상급 과정을 기초로 전도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아셀은 약하나, 아셀의 하나님은 강하시다’는 믿음으로 조직한 아셀선교단은 그간 제주, 강릉 등 국내는 물론 대만,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세천사의 기별을 전파했으며 아셀 뮤지컬팀과 아셀 민속풍물단은 재림청소년 선교문화활동을 선도하며 새로운 복음의 지경을 개척하고 있다.
한동안 패스파인더 사업이 정체기에 빠졌을 때도 이들만큼은 늘 개척대 제복을 갖춰 입고, 나주 시내를 돌며 거리정화나 홀몸노인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시장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사회의 칭찬을 받은 것도 수차례. 척박한 환경에서도 복음의 등불을 환히 비춘 이 같은 성과는 새벽이슬교회의 긍지가 되었고, 청소년사역의 모범사례가 되어 전국적인 패스파인더 운동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김경옥 사모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떡장수, 붕어빵장수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한 일화다.
그렇게 해서 이 교회가 그동안 배출한 아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삼육대 신학과와 상담학과에도 여럿 진학했고,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결혼해 딸의 손을 잡고 교회에 출석한다. 사회에 진출해 어엿한 직장인이 된 사람도 서서히 늘고 있다. 이들은 청년지도자로 봉사하며 장차 교회의 기둥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나가 일하는 친구들과는 네트워크를 맺어 계속 교류를 맺고 있다. 이들 모두 전혀 재림신앙 배경이 없었지만, 이 교회의 선교사역을 통해 세천사의 기별을 깨닫게 된 경우다.
새벽이슬교회의 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나주로 확정되면서 인근에 영혼의 황금어장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각종 공기업이 터를 잡고, 대단위 산업단지와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밀집하고 있다. 게다가 교회에서 불과 5분 이내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하고, 멀지 않은 곳에는 대학도 있다. 근처에 시청, 역, 터미널이 있어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교회를 신축해 이제껏 특화시켰던 청소년문화선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부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란 게 이들의 기대다. 이런 배경에서 건축자금이 부족해 교회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신동수 목사는 “이 교회는 새로운 환경만 갖춘다면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비전을 지닌 교회다.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에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대부분 외지로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오히려 젊은이들이 다른 도시에서 이곳으로 찾아들어온다.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성경도 가르치고, 전도활동도 하면서 끈끈한 또래문화를 형성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때는 새 교회가 아름답게 지어지리란 기대에 부풀었던 아이들도 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러다 교회를 못 짓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새 교회에서 결혼하고 싶다며 예쁜 꿈을 꾸던 청년들은 교회를 지을 만큼의 자본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 실망하는 눈치다. 재림청소년의 선교적 역량을 키워갈 요람을 만들고 싶다던 신 목사 부부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교회가 지어지면 그동안 협소하고 낙후한 공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성경학교도 열어 어린이반도 시작할 마음이었는데, 지금으로선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아이들은 자체적으로 ‘벽돌 한 장 모으기 운동’을 벌이며 건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통장에 모인 돈은 몇 백 만원에 불과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대총회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하니 교회를 넉넉하게 지을 줄 알았는데,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두텁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벽이슬교회가 반드시 지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신 목사 부부가 했던 답변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눈물을 머금은 그 목소리가 너무 절절했다.
“곳곳에서 청소년의 부재로 교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새벽이슬교회는 재림청소년비전센터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사모하며, 교회를 아끼는 아이들이 여기 있습니다. 부모와 가족, 친구의 핍박과 놀림을 받으면서도 오직 진리를 지키기 위해 교회를 찾는 아이들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큰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자금만 확보되면 교회건축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재림청소년 사역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청소년사역에 제2의 도약을 위한 터전이 마련되어 한국과 호남 재림청소년문화사역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이 아이들의 눈물 젖은 기도가 마르지 않도록 ‘새벽이슬교회’를 기억해 주십시오”
나주 새벽이슬교회 건축헌금 후원계좌
농협 351-0796-9090-93 새벽이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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