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릴 시, 호남삼육중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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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5.06.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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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포기하거나, 학생 선발권 반납하고 일반 학교로 전환해야
이 때문에 학교가 처한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과 학교, 성도와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광주시교육청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보조금 지급 결정을 강행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호남삼육중은 정상적 학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며, 사안에 따라서는 현행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결론은 현행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방안이지만, 교육 당국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을 때 재단과 학교 측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학부모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 현재의 각종 학교 체제를 계속 유지하던지, 학생 선발권을 포기하고 일반 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교육 당국의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호남삼육중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각각의 방안과 장단점을 살펴본다.
■ 현행 ‘각종 학교’ 체제 유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신입생 모집에 문제가 없고, 삼육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을 계속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청이 재정결함보조금 중단 결정을 백지화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학교 측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지금까지 교육감, 부교육감 등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학교 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철회를 요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학교 측은 그러나 현행 체제 유지를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가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대응도 그 일환이다. 재단은 지난 1일 재정결함 보조금 중단 무효 소송에 착수했으며, 15일에는 위헌 소송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어떤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쟁점이 될 만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결과가 도출되기 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때까지 학교가 현재의 틀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도 해결과제다. 한마디로 시간과 재정이 얼마가 소요되든 승소할 때까지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재단 측의 책임 있는 지원과 정책지도, 교단적 공감대와 연대도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연합회 교육현안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단발적으로 실무자간 양해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경우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항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문제가 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법 시행령에 ‘입학금 및 수업료가 자율화되지 않은 학력인정 각종 학교는 계속 지원’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의결하는 등 근본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재정지원 포기 ... ‘특성화 각종 학교’로 전면 전환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른 중학과정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교육 당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학생자원을 자체 선발할 수 있고, 원하는 교육을 실현할 수도 있다. 삼육교육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지금처럼 학생 선발권도 보유할 수 있는 제도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대안학교나 특수목적학교, 자율형사립학교처럼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다. 교단 내에서는 경기 하남시에 소재한 동성고등공민학교가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중학 과정 각종 학교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되는 연간 18억 원 규모의 재정(보조금)을 고스란히 학부모가 떠안게 되면서 현재의 무상교육이 유상교육이 된다. 1인당 연간 500만 원, 매달 약 40만원(학교 추산) 상당의 수업료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특성화 교육을 위한 추가 재정과 물가 상승률 등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늘어날 게 뻔하다.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하더라도 학생들이 계속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도 존재한다. 실제로 교육계 한 인사는 “과거와 달리 근래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안식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농어촌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이 굳이 원거리 유학과 재정 부담 등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육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자 자녀의 교육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지원방안도 필요하다. 지난 20일 광주 빛고을교회에서 열린 ‘호남삼육중학교 재정결함보조금 현안 대책 보고 및 공청회’에서도 이 문제는 고개를 들었다. 참석자들은 “만약 수익자부담 특성화학교로 전환했을 시, 교인자녀 학비 부담을 어떻게 경감시킬 것인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장학금 지급, 재단 보조금 등 등록금 지원을 위한 현실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남지역 한 목회자는 “솔직히 생활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 교인들이 문제다. 특히 두세 명의 자녀를 한꺼번에 보내야 할 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현실 가능한 지원방안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른 사회적 (오해의)시선도 염려된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마저 유상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일반인에게 ‘삼육’은 의무교육 과정도 고액의 등록금을 지불하고 다니는 ‘귀족학교’라는 선입견이 형성될 위험성이 있다”면서 “우리는 신앙과 인성교육 때문에 삼육학교에 진학시킨다고 말하지만, 사회적 평가는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러다 자칫 삼육이라는 브랜드가 신앙과 인성교육이 아닌, 마치 외국어교육 등 특성화교육 때문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다니는 귀족학교로 인식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유상교육 체제로 전환되었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기대하는 만큼의 특성화되고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시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교육환경과 시설 등도 그에 걸 맞는 만족도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늘어날 추가 재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동시에 삼육교육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강도 높고 모범적인 신앙교육도 실현해야 한다. 이 밖에 학생선발 시 성적관련 조항 삭제 등 교육청과의 합의도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의 규모를 축소해 재림교회의 이상적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대안적 삼육학교로 탈바꿈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현재의 교직원을 절반이상 감원해야 한다. 최홍석 교장은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삼육학교로 거듭나 달라는 제안은 좋은 채찍질이지만, 학교를 감축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 호남삼육중학교에는 한 해 145명이 진학하며, 이 중 재림교인 자녀는 30명 내외다.
■ 학생 선발권 포기 ... 일반 학교로 전환
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해 현행 각종 학교 체제를 반납하고, 일반 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는 곧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신입생 모집 시 현재의 지원자 응시에서 교육청 추첨제로 학생을 배정받게 된다. 이렇게 하면 갈등이 되고 있는 신입생 모집이나 예산과 관련해 교육 당국과 마찰을 일으킬 게 전혀 없다.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소된다.
그러나 삼육교육의 이념과 삼육학교의 정체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학생도 지금은 전국에서 모집할 수 있지만, 일반 학교로 전환하면 학교가 위치한 광주광역시 남구에서만 추첨제로 뽑게 된다. 이는 재림교인 학생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삼육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재림교인 학생은 당장 급식문제부터 부딪힐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우려다.
삼육학교의 교육방침과 제도를 원하지 않는 학생이 추첨에 의해 대거 배정됐을 때, 더 이상 신앙교육을 정상적으로 펼칠 수 없게 될 공산이 크다. 성경과목, 채플 등 종교교육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 자녀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학교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은 뻔하다.
삼육학교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교단 내에서 대두될 것으로도 보인다. 일반 학교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회 구성원은 “삼육학교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완강한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동문회장 한재수 목사는 “이는 삼육학교의 존립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학부모도 “교육 당국과 끝까지 투쟁해 일반 학교로 전환되는 사태는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일반 학교로 전환하되, 학생 선발권 등 일부 재량권을 보장받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일반 학교로 바뀌면 다시 각종 학교로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전해졌다. 게다가 현재 추진 중인 법적 대응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일반 학교로 전환된 후에는 재단 측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위험성이 크다. 결국 일반 학교로 바뀌는 순간, 현재의 법적 대응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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