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은연화 집사의 ‘찾아오게 하는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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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하락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교회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여러 지역교회에서 전도지에 사탕을 붙이고, 물티슈에 이름까지 새겨 나눠주며 한두 명이라도 인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좀처럼 눈길조차 받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안식일 오후가 되면 수십 명의 손님이 몰려드는 교회가 있다. 그것도 면 단위 시골에서.
충청합회 청소열린교회(담임 정상민)는 구성원 대부분이 60-80대인 작은 교회다. 60대는 청년으로 불릴 정도로 평균연령이 높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어린아이와 부모들이 제 발로 찾아오고 있다. ‘열린꿈터미술교육원’(이하 열린꿈터) 운영을 통해서다.
이곳은 미술교육과 퍼포먼스 미술, 요리, 베이킹, 공예 등 미술과 접목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경험과 놀이를 제공하는 교육의 장이다. 직업, 자연, 계절과 연관된 수업 주제를 정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조개껍질, 단풍, 솔방울 등을 활용해 미술품을 만들거나 재활용품으로 리사이클링 예술품을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하니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은연화 집사가 있다.
▲ 어떤 계기로 ‘열린꿈터’를 운영하게 됐나?
- 2022년 청소열린교회가 개최한 ‘충청다문화축제’에서 다문화가정의 어린 친구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미술적 재능과 관심이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들의 재능을 키워주면서 교회로 인도하고 싶은 강한 마음이 생겼다. 미술 전공 경력을 통해 전문성을 최대한 드러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 교육과 선교 차원에서 어떤 성과가 있는가.
- 교육 면에서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 질 높은 사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됐다. 수업이 끝날 때 참가자들이 만족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입소문이 나서 다문화 아이뿐 아니라 광천, 대천, 보령 등 인근 지역에서도 아이와 엄마들이 찾아온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보조교사로 나서기도 하고, 헌신하는 교사들을 위해 명절에 선물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토요일이 되면 눈 뜨자마자 ‘열린꿈터’가 생각난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
이런 성원에 힘입어 미술 프로그램뿐 아니라 자연탐사, 과학 등 다른 프로그램 또한 고민하고 있다. 카페 오픈을 준비하며 고학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드로잉카페, 원데이클래스 등을 운영할 계획도 있다.
선교 차원에서는 교회 1층에서 운영하다 보니 교인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정이 많다. 아직 3년도 되지 않았는데 교회에 나오기로 결심한 아이와 엄마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예배드리는 날과 시간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 이 사역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에서 기대감을 낮추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먼저 공간적 환경인데, 4년 전 교회를 리모델링할 때부터 이 사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지역주민이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곳은 어쩔 수 없이 ‘전도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교회에 나오라’는 식의 접근보다 주변 이웃의 시급한 필요를 알아채고 채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이 미술학원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서 하기 힘든 큰 스케일의 미술 활동과 집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활용해 아이들과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 시작 단계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을 텐데?
- 아이들을 보기 힘든 시골 마을이다 보니 어렵게 데려온 몇 안 되는 아이들마저 감리교회에서 심어준 ‘이단’이라는 인식 때문에 초기에 정착시키기가 힘들었다.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오는 아이는 2~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 송민영 집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10명 가까이 모이게 됐다.
어느 연령대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지도 고민 많았다. 고학년보다는 초등 저학년과 학부모를 겨냥했고, 미술 카테고리로 한정하고 구체화했더니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모든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다’는 마인드콘트롤을 하며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행에 옮겼다.
▲ 어려움을 극복한 핵심 비결은 무엇인가?
- 사회적 전문성과 지속성이다. 우선 전문성은 트랜드 분석이 중요하다. 창의미술, 예술활동을 통한 오감발달 교육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시대다. 높은 이용료를 지불하고도 밀가루놀이터, 오감놀이미술카페 등을 찾는 이가 많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이를 홍보하기 위한 SNS(인스타그램, 카카오채널)를 운영하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통일된 로고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교회에서 하는 ‘봉사 수준’의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아닌, 미술전문교육기관으로 인식하게 하는 ‘브랜딩’이 포인트다. 기대 이상의 전문성을 보여 줄 때 감동, 만족하고 교회에 관심을 갖는다.
아울러 ‘봉사’라는 접근은 위험하다. 지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사업’이라는 사명감과 ‘경영인’의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 침례자 수 늘리기보다 주민들의 필요를 최대한 채워주면 영혼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것이고 자연스레 교회에 호감을 갖고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의 달란트로 시작했더라도 모든 성도의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회 사업은 개인전이 아니라 ‘철저한’ 팀전이다.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뛰어줘야 지속할 수 있다. 적절한 책임과 역할이 분배되도록 보조교사 양성도 중요하다.
▲ 다른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 어떤 사업이든 잘 된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런 고민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해진 선교사업이라면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회 사업에서 사랑과 바로 선 믿음은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성실히 만나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선교적 열성이 생기고, 사업에 필요한 지혜를 얻고, 여러 난관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더 많은 재림교회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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