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Dolorosa’ 십자가만 자랑케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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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5.02.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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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도자대회 ‘십자가 체험’ 후 올린 어느 참가자의 기도
얼마나 무거우셨어요?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무서우셨어요?
저희는 오늘 십자가 체험을 했어요. 2000년 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을 주님을 생각하며 십자가를 지고 걸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만든 십자가는 너무 가벼웠어요. 우리가 내딛은 거리는 예수님이 가신 길에 비해 너무 가까웠어요.
예수님의 연약한 피부를 찢었을 날카로운 가시면류관은 모형이었어요. 예수님이 채찍에 맞아 쓰러졌을 언덕을 우린 너무 쉽게 올랐어요.
예수님은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으며 지났을 그 거리를, 우린 동역자와 함께 걸었어요. 그들이 찬미를 불러주었어요. 그래서 힘이 났어요.
십자가를 지고 걷는 우리 곁에는 가짜 로마 군병이 채찍을 휘둘렀어요. 그들은 단지 흉내만 냈을 뿐인데, 너무 무섭고 아팠어요.
한낱 이렇게 잠깐의 체험으로 어떻게 예수님의 고통을 다 이해할 수 있겠어요? 어떻게 그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있겠어요? 그런데요... 신기하게도 예수님이 갈보리 언덕을 오르실 때, 어떤 마음이셨을지 아주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마음이 뻐근하게 미어졌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지금도 예수님의 손엔 그때 그 못자국이 선명하게 흉터로 남아있겠죠? 이 십자가를 지고 거리를 지날 때, 굵고 붉은 핏줄기가 예수님의 얼굴과 피부를 타고 흘렀겠죠?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해 야유와 힐난을 퍼부으며 침을 뱉었겠죠? 하지만 그 어떤 아픔보다 더 크고 무거웠던 건 우리의 죄의 무게였겠죠?
예수님! 생명조차 아끼지 않고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사랑에 감사드려요. 우리에게 구원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주님의 은혜를 뜨겁게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우리 마음에 여전히 살아 계신 하나님이 계심을 인해 찬양해요.
십자가는 주님의 사랑의 결정체였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가 힘들다고, 무겁다고 투정하며 외면해 왔어요. 그러나 이제는 십자가만 자랑하려고 해요. 주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기쁜 마음으로 지고 가려 해요.
응당 십자가를 져야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 했거나 지는 척했다면 이제는 우리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즐겨 지고 전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주님께서 맡기신 사명이 흔들렸다면 다시 한 번 새롭게 마음을 다지게 해 주세요. 십자가 위에서 보여주신 위대한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저희는 이 동산을 떠나야 해요. 이곳을 떠나면 우린 다시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되돌아가요.
계속 이렇게 목이 터져라 맘껏 찬양하고, 부둥켜안고 기도하며, 뜨거운 말씀에 젖어 교제를 나누고 하나님을 알아가고 싶은데, 이제 우린 이 아름다운 동산을 떠나야 해요.
하지만 알아요. 이게 주님의 명령이라는 것을. 이게 우리의 사명이라는 것을. 그 부름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린 주님께서 부르신 청년지도자라는 사실을.
다만, 걱정이 있어요. 아직도 성화되지 못한 우리 마음이 혹 세상의 욕심과 경쟁과 유혹에 무너지고 쓰러지고 약해지고 흔들릴까봐 걱정이에요. 주님께 드린 오늘의 이 다짐과 약속이 시간이 지나 저의 연약한 결심 때문에 거짓이 되지 않을까 염려돼요.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부담이 돼요.
주님! 그때마다 오늘의 이 언덕을 떠올리게 해 주세요. 이 아픔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이 감동이 희석되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를 자랑스런 재림청년 지도자로 선택하셨다는 약속과 부름을 각인하게 해 주세요. 오늘의 이 뜨거움과 열정을 잊지 않고 목양에 헌신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주님의 길을 즐겨 따르는 제자가 되겠다는 다짐이 꺾이지 않게 해 주세요.
혹 우리가 가는 걸음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오늘의 십자가를 생각하게 해 주세요. 나의 죄를 씻기 위해 주님의 뺨을 타고 흘렀을 보혈을 보게 해 주세요. 오늘 우리의 어깨를 짓눌렀던 죄의 무게를 잊지 않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증인이 되는데 두려워하지 않게 해 주세요. 이 마음과 각오와 결심과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게 해 주세요.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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