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하나님께 보내는 나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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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3.12.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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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에 시집 출간한 ‘할머니 시인’ 백경순 집사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시집을 낸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사회적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국 재림교회에도 이와 비견할 만한 ‘할머니 시인’이 있다. 충청합회 대전 탄방동교회에 출석하는 백경순 집사가 주인공.
올해 82세인 그는 이미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발자국이 켜켜이 쌓인 글들을 모아 개인시집을 냈다. 2010년 <삶의 울타리에서 그리움은 언제나 내 안에>와 이듬해 <돌담가에 서린 꽃은 피고>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냈다.
1집에는 10년 전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뒤 슬픔에 젖어 있던 당시의 마음이 행간에 애잔하게 녹아 있다. 2집에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이 알알이 시상으로 맺혔다. 노트에 일기처럼 써 왔던 글들이 감동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의 주제는 언제나 기독신앙과 천연계다. 작품마다 하나님이 들어가지 않은 게 없다. ‘감사의 기도’ ‘만물의 넋’ ‘계절의 넋’ 등 제목마다 믿음으로 살아온 한평생의 지순한 삶이 그대로 향기처럼 전해진다.
38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봉사하며 은퇴했지만, 시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일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혼자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77세부터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쓴 시와 수필이 500편 가까이 된다.
“시는 제가 하나님께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만 봐도 창조의 섭리와 십자가의 사랑이 떠올라요. 산으로 가나, 들로 가나 자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이 감사의 조건이 되고, 곧 시가 되죠”
일상이 곧 시상(詩想)인 ‘시인’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창작의 ‘고통’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에는 낮에 떠오른 느낌을 저녁에도 옮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번뜩이며 스쳐 지나가는 감정마저 책상에 앉는 순간 까맣게 잊어버려요. 적확한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아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 안타까워요”
시를 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지 몰랐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표정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영락없는 ‘문학소녀’다. 백 집사의 말은 곧 ‘시 예찬론’으로 이어졌다.
“나이는 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젊어져 좋아요. 자연의 변화 하나에도 나를 기쁘게 하려는 하나님의 사랑과 의미가 전해지니까 삶에 활력과 감사가 넘치죠. 마음에 찌꺼기가 없어지니까 남을 원망하거나 미워할 시간도 없어요”
그는 일부러 시간과 돈을 들여 건강을 위해서도 투자하는데, 시작(詩作) 활동만큼 정신건강에 좋은 게 없다며 텔레비전 드라마에 빠져 아까운 시간 버리지 말고, 하나님의 창조를 찬양하는 지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인생의 선배이자 원로로서 조언을 던졌다.
백 집사의 시작(詩作) 활동에 있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박인웅 목사(충청 직산교회)는 “하나님과 끊임없이 교통하려는 마음이 진솔하게 느껴진다”면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개인과 가정의 역사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나이를 초월해 ‘누구나’ ‘얼마든지’ ‘언제든’ 문학활동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와 용기를 주기 때문에 교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늙으막에 정말 좋은 친구를 얻었다”며 자신의 책을 들고 환하게 웃음 짓는 백 집사는 체력과 정신력과 뒷받침된다면 계속 작품활동을 하겠다고 의욕을 내보였다. 그의 모습에서 ‘한국의 시바타 도요’가 보였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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