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생명에 희망의 불씨를 돋워주세요’
페이지 정보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3.06.20 15:29
글씨크기
본문
26주 조산 끝 ‘중증 기관지폐이형성증’으로 사투하는 이승기 군 ②
[사랑의 고리를 이어갑니다]
승기의 폐에서는 폐렴균이 검출됐다. 누군가 ‘망가졌다’는 표현을 했다. 배설물에서도 균이 발견됐다. 체내가 온통 감염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아이의 상태는 위중했다. 그런데, 이전 병원에서는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
서울로 병상을 옮긴 후 승기는 항생제 치료부터 다시 시작했다. 홀로 견뎌야 할 사투는 이어졌다.
‘망가진’ 폐는 너무 미성숙하게 태어나 완치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항상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폐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은 가급적 출입을 삼가야 한다.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또 다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출생 당시 뇌출혈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퇴원이후라도 한동안은 재활치료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아이는 요즘 인큐베이터에서 감염치료를 받고 있다. 항생제 처방을 너무 오래하다 보니 내성이 생겨 이마저도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얼마 전엔 자가호흡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은 무척 힘들어했다. 너무 오랫동안 기구를 달고 있었던 탓이다. 아이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가 스스로 숨조차 쉴 수 없어 ‘컥’ ‘컥’ 내뱉는 신음소리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미어지게 했다. 곁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옷깃을 움켜줘야 하는 부모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어느덧, 세브란스병원으로 온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사이 아이의 체중도 제법 늘었다. 의료진은 4Kg이 되면 삽관한 호스를 빼고, 자가호흡을 다시 시도해보자고 했다. 아이가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게 되면, 양압기를 달게 될 것이다. 이마저도 안 되면 몸무게를 더 늘여서라도 시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의료진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이제 많이 아기 같아졌어요. 처음에 태어났을 때는 무척 안쓰럽고 미안해서 볼 때마다 울었는데, 요즘은 아빠를 보고 웃기도 해요.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니까 연약해졌던 저희 마음에도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엄마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마음이 더 단단해질 것 같아서인 듯 했다. 언젠가 ‘폐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만큼 치료기간이 길고, 완치가 더디다는 뜻이다. 병원생활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의료진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보다 자신들이 먼저 지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병열 전도사 부부에겐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있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치료비가 그것이다. 대구의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해도 정부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3개월 반 동안의 치료비로 청구된 600만원은 그동안 모아둔 저축과 가족, 지인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병명으로 병원을 바꾸면 안 된다는 국가의 지원제한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나라에서 미숙아 치료비를 지원해 줄 때, 처음 태어난 한 병원에서의 치료비만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 후 2차로 입원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저희들은...”
부부에겐 억울한 측면이 있다. 아이의 치료를 목적으로 전원을 요청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직전 병원은 협조에 인색했다. “아기가 당장 전원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닌데, 왜 병원을 옮기느냐”며 “부모가 원하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전원동의서에도 ‘환자 부모가 원해서’라고 써 주었다.
‘망가졌다’는 표현이 무색 하리만큼 치명적인 체내 감염도 발견하지 못한 채, 애꿎은 성대 장애를 의심하며 아이의 치료를 더디게 한 병원치고는 야박한 결정이었다. 만약 승기가 감염상태를 그대로 안고 직전 병원에 계속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 전도사 부부는 해당 기관에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할 마음이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환급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승기의 한 달 치료비로 청구된 금액은 600만원. 대구에서의 3개월 치료비에 맞먹는 금액이다.
부부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러나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뜨거운 눈물을 토해내며 간구하는 이들은 곧 기도의 응답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이들과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오랜 계획이자 섭리였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 호 계속>
특집
-
[김지혜의 Interview-e] ‘부부 독도화가’ 권용섭·여영난 화백 2024.12.20
최신뉴스
-
지방 4개 합회, 총회 ‘하루만’ 여는 이유는? 2024.12.27
-
서중한 ‘비전 및 선교전략연구보고서’ 발표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