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위험지역’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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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1.05.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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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야마가타에서 만난 골든엔젤스 선교단
야마가타시는 센다이시와 약 50Km 가량 떨어져 있는 지진 피해 근접지역.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후쿠시마와도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때문에 이들의 이번 일본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족과 친구 등 많은 이들의 걱정과 염려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단원들은 저마다 특별한 각오와 헌신의 마음을 다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실제로 이들이 체류하는 동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3호기도 원자로 내 핵연료가 완전히 녹아 압력용기 바닥에 쌓이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진도 4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선교사역에 최선을 다했다. 이들의 화음은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이재민에게 새 예루살렘의 소망을 증거하는 복음의 메시지가 되었다.
야마가타에서의 마지막 날 밤. 골든엔젤스 8기 단원들이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자리를 같이했다.
▲이런 ‘위험지역’에서 찬양선교를 결심했을 때는 남다른 각오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사역을 준비했나?
황대윤(베이스 / 팀장): 우리는 찬양으로 복음을 전하는 찬양선교사다. ‘골든엔젤스’에 지원하고 부름을 받은 순간부터, 항상 선교사라는 구별된 정신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온다고 했을 때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선교사는 자신이 가는 곳이 위험하든, 그렇지 않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목적이 있다면 당연히 보내실 것이고, 준비시켜 주실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우리를 이곳에 보내신 주님의 뜻을 우리가 과연 제대로 수행하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큰 염려였다.
최영광(테너): 사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은근히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멤버들과 의견을 나누었을 때, 그들이 모두 선뜻 가겠다고 결정을 했고, 선교사의 정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주저함 없이 오기로 했다.
비록 위험한 상황이라도 복음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주어진 길을 떠나는 것이 선교사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라 믿었다. 돌이켜보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진우(테너):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부족하나마 우리의 음악을 통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취웨이(바리톤 / 대만 출신): 일본이 위험한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솔직히 처음에는 두려웠다. 특히 방사능 유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화로워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사역에 나서기를 소극적으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최지은(메조 소프라노): 처음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이번 사역은 목사님이 결정한 것도, 우리 멤버들이 결정한 것도 아닌, 하나님이 결정하신 것이라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더 많이 기도하시겠다며 응원해 주시더라.
강다혜(소프라노): 무슨 일이든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손을 내미는 친구가 더 기억에 남고 고맙지 않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같은 때 우리가 이 사역을 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특별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주님이 능력을 주실 것이라 믿었다.
젠마이 마(알토 / 필리핀 출신): 공항에 도착해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방사능 유출 문제로 걱정했던 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소중한 가족과 생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하늘의 음악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들베 울쥐이(소프라노 / 몽골 출신): 사실 이곳에 오는 것을 부모님께 말씀 드리지 못했다. 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신다. 단지 언니에게 전화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일본에 처음 왔지만 이런 선교적 경험을 통해 내가 신앙적으로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일주일간의 사역을 마치는 소감은?
황대윤: 무엇보다 우리의 찬양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이 많은 감동을 받았다. 부족하나마 우리의 사역을 통해 주님의 계획과 뜻이 이루어졌다면 만족한다.
최영광: 찬양으로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가 받은 은혜가 더 큰 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이재민의 모습을 보면서 목이 메어 노래를 하기 힘들었던 적도 몇 번 있다.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동시에 나의 신앙도 자라는 것 같아 기뻤다.
김진우: 이곳을 떠나면서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눈에서 희망을 보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엄청난 재해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고 어려움에 빠진 이재민의 눈가에 희망이 서려 있는 것을 보았다. 모쪼록 그들이 하나님 안에 진정한 삶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마취웨이: 막상 와 보니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의 친절과 겸손이 방사능 걱정을 잊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즐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재민들이 우리의 찬양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최지은: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다시 희망을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비록 잃었지만, 진정으로 잃지 않아야 하는 무엇인가는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노래가 그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강다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자 부르심이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이재민들에게 복음이 담긴 찬양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도 뜻 깊다. 앞으로 우리의 찬양사역에도 주님께서 능력을 부어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젠마이 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만약 또 강진이 발생하고,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슬픔을 견뎌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좌절에 빠진 사람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들베 울쥐이: 이번 사역은 결코 우리의 힘이나 능력으로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눈시울을 붉히는 이재민의 모습은 우리가 더 힘을 내어 노래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고, 나 자신 역시 이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진심을 담아 찬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부족한 음악을 통해 그들이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
▲이번 사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준비한 부분은?
황대윤: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긴 했지만, 돌이켜보니 부족함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일본 노래를 많이 준비했는데 준비한 만큼 좋은 퀄리티나 다양한 곡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청중들과 더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나누려고 했는데 좀 미흡했던 것 같아 아쉽다.
최지은: 영적이든, 음악적인 부분이든 내가 그들에게 골든엔젤스의 일원으로 무엇인가를 해 주기에는 정말 부족하다는 부담이 컸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계속 위축되었다. 그래서 기도와 말씀에 더욱 매달리고, 연습을 많이 했다.
어느 순간,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 성령이 이미 이곳에 오셔서 그들을 도와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역시 성령은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와 계셨다.
강다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우리의 찬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이 십자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찬양에 실린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젠마이 마: 마태복음 6장33절 말씀을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고, 은혜를 더하실 것이라 확신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우리의 믿음을 더욱 강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번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황대윤: 흔히 ‘주러 왔다가 오히려 받고 가는 게 더 많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의 우리가 그런 기분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반응을 밖으로 표출하는데 소극적인 일본인들이 매 공연마다 그렇게 큰 호응을 보내줄 것이라 생각 못했다. 그들이 찬양으로 감동을 받고, 그런 모습이 우리에겐 또 다른 감동이 되었다.
최영광: 쓰나미로 폐허가 된 센다이에서 노래하면서 ‘정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또 야마가타에서 콘서트가 끝나고 한 분이 ‘가스펠을 처음 들어봤는데 이렇게 좋은 음악인지 몰랐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듣고 뿌듯했다. 하나님이 역사하셨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도 큰 감동이 되었던 순간이다.
강다혜: 공연에서 만난 모든 분들의 얼굴이 뇌리에 스친다. 그 중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왔던 분, 쓰나미에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있던 분, 국가나 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는 분들이 우리의 음악에 미소를 짓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젠마이 마: 아직도 3월 11일은 많은 분들의 기억에 끔찍한 날로 남아 있을 것이다. 부디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는 이재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엄청난 피해 후에도 하나님의 더 큰 사랑이 우리에게 임재하고 있음을 경험하게 되길 바란다.
들베 울쥐이: 이곳에 있으면서 어쩌면 지금 일본인들에게는 음식이나 구호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재민들이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
골든엔젤스 8기 선교사들이 짐을 싸고 다음 전도회가 예정되어 있는 후쿠이행 버스에 몸을 싣던 아침. 야마가타에는 굵은 빗줄기가 내렸고, 사람들은 기상청의 방사능 수치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날 일본 전역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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