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끝까지 야마가타에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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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1.05.3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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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PMM 김영민 목사 ... “저는 선교사입니다”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둘 사이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내는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 누군가의 보호가 절실한 사람이다. 그런 아내에게 이제 겨우 여섯 살, 두 살 된 아들 둘을 데리고 환자의 몸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겠냐고 묻는 처지가 안쓰럽기도 하고,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내는 간간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통증으로 괴로워했다. 담당의사는 현재와 같은 비상 시기에는 수술도 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정신이 아득할 만큼 아파하는 아내를 안고 퇴원했다.
이튿날, 아키타공항에는 한국행 비행기의 표가 딱 두 장 남아 있었다. 통증이 잠시 잦아든 아내에게 남편은 다시한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이들 데리고 먼저 한국으로 가세요. 나는 아직...”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남편을 혼자 사지에 남겨 두고 떠나는 것 같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아빠도 같이 가자며 보채는 아들을 겨우 어르고 나서야 아내는 트랙에 오를 수 있었다.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자 그제야 참아왔던 눈물이 터졌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 ...”
야마가타교회 김영민 목사는 결국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 그리고 연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폭의 위험 속에서도 현지에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특히 아내 고주연 사모가 갑작스런 충수염과 복막염으로 귀국해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만 비행기에 태웠다. 방사능 피폭 위험성이 고조되면서 매일 수많은 외국인이 일본을 떠나던 지난 3월 17일의 이야기다.
▲그때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야마가타에 남으셨나요?
- 저는 선교사입니다. 이곳에서 해야 할 미션이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만에 하나 교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제가 나서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저의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교단에서는 예수님의 생명과 사랑의 실천에 대해 강조하다 어느 순간, 나에게 위기가 닥친다고 해서 내 이익만 챙긴다면 그것은 선교사의 본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모님이 치료가 급박한 상황이었으니까 교인들도 충분히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 그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나를 부르신 하나님의 목적이 무엇일까. 이런 상황에서 그분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기도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 주 안식일, 우리에게 재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있음을 감사하자는 설교를 하면서 우리 성도들과 참 많은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참 대단한 결심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게 어디 저 혼자의 힘이었겠습니까? 성령의 감동이었죠.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이곳에 무언가 베풀고 내가 가진 것들을 주어야겠다는 욕심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이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주연 사모에게 물었다. 고주연 사모는 지난 5월 5일 아이들과 함께 야마가타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서운하지 않았나요? 무척 섭섭했을 것 같은데...
- 만약 너무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면 생각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저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면서 아무래도 남편은 남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서 통증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였고요.
오히려 마치 사지에 남편을 혼자 두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죠. 저 혼자 간다고 서운한 감정은 없었어요.
▲당시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는데, 지금은 어떠세요?
- 정말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지금은 거의 다 나았어요. 맹장은 수술을 하지 않고 낫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데, 저는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염증 수치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으니까 정말 하나님 은혜죠.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들었던 야마가타교회와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마음이 어떠세요?
- 지진을 겪은 후로 오히려 이곳에 남아 사역하고 싶은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야마가타는 50년 전 한 전도단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곳입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목회자가 없어 선교가 정체되어 있었죠. 저도 이곳에 오고 한동안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고, 발전의 가능성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교인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인, 특히 동북지역 사람들의 특성상 자기 본심을 타인에게 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이제 서서히 교회가 선교적으로 탄력을 받아가고 있는데,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야마가타는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후쿠시마와 약 106Km 가량 떨어져있는 방사능 피폭 접경지역이다.
대지진 발생 후 지금도 방사능물질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피난민들이 발길을 옮기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은 방사능 유출이 적지만, 6월부터 편동풍이 불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이곳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PMM 선교사 김영민 목사 가족은 이곳에서 내년 2월까지 복음의 등대를 비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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