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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성악가 세계무대를 감동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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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1.02.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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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 온 진주’ ... 오페라 본고장이 인정한 소프라노 이유라
이유라는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정상의 무대에서 그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으며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우뚝 섰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한 여대생이 있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유학길에 오른 어느 날, 사석에서 만난 한 오페라가수의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성악가로 진로를 바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뒤로 하고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소설이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꾸며낸 이야기 같은 극적 스토리가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오페라가수 이유라다.

사건은 독일의 라이프치히 국립음악대학에서 바이올린 석사 과정을 이수하는 사이 일어났다. 이 학교는 슈만, 그리고, 리스트 등을 배출한 명문. 이곳에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워가던 어느 날, 라이프치히 오페라하우스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오페라가수가 음대대학원 학생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기숙사 룸메이트 언니가 뜬금없이 “유라가 노래를 아주 잘한다”며 한 번 시켜보라고 부추겼다.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했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노래를 조금 못한다고 해 흉이 되거나 손해 볼 것은 없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애창곡을 불렀다.

“진흙 속에 묻혀있는 진주야! 갈고 닦으면 정말 훌륭한 성악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유라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그 오페라가수는 박수를 치며 놀라워했다. 의례적인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이유라는 그날 밤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생경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과 긴장이 그를 감싸 안았다.

News_5118_file2_v.png날이 밝자 부리나케 지도교수인 발디니 교수를 찾아가 전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흥미롭게 그의 말을 듣던 발디니 교수는 자신 앞에서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고 시켰다. 이제껏 제자의 바이올린 연주에만 관심이 있던 발디니 교수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이유라는 곧 성악과 지도교수인 포르너 교수 앞에 섰다. 그의 노래를 들은 포르너 교수는 자신의 제자 한 사람을 소개하며 2주간의 시간을 줄 테니 그동안 레슨을 받고 다시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그를 다시 만난 포르너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성악과 입학을 권유했다.

8명을 뽑는 그해 전공학생 선발시험에는 전세계에서 280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유라는 당당하게 합격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라이프치히 음대대학원에서 바이올린과 성악을 동시에 전공하는 유일한 학생이 되었다. 1998년의 일이었다.

몇 년 후, 이유라는 성악과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계속해서 박사과정에 도전하기로 했다. 마침 성악과 박사과정에 한 사람을 선발하는 시험이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300명의 지원자가 원서를 내고 경합을 벌였다.

돌이켜보니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성악’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들이었다. 그러나 휴일도 없이 여러 날 동안 진행된 입학시험에서 최종합격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유라였다.

막상 박사 과정에 합격은 되었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엄습해왔다. 바로 그때, 한 오페라극장에서 단원을 모집하는 에이전트가 오디션에 한 번 참여할 것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탁월해도 학생으로서는 무리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사 과정을 마친 연주자들이 20번 이상 도전해야 겨우 전속으로 발탁될 만큼 오디션 합격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험이라도 쌓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한 오디션에서 그는 단번에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더욱이 동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유럽 무대에서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News_5118_file3_v.png2003년 12월, 그는 드레스덴에 있는 Landesbuhnen Sachsen 극장에 전속계약이 되었고, 이후 드레스덴에 있는 세 개의 오페라극장 중 두 개의 극장에서 출연하게 되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그는 대학원 박사(최고연주자 과정) 학위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후 지금까지 이유라는 유럽 정상의 성악가들과 함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명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은 이유라를 ‘동양에서 온 진주’로 표현하며 극찬하고 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길은 모두 하나님의 축복이요, 선물입니다. 그분이 제게 주신 은혜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예요.

작은 실수 하나에도 한 순간에 무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현장에서 저 스스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매일 매순간 저를 돌보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버텨낼 수 없죠. 그분이 저의 힘이요, 인도자임을 고백합니다“

이유라는 오는 3월 5일(토)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한국 성악계의 거목 김신자 교수(이화여대)와 함께 몽골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위한 ‘새봄맞이 사랑나눔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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