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사각지대에 세천사의 기별 파종한다
페이지 정보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11.12 10:31
글씨크기
본문
오네시모회 이끌며 교정선교 앞장 서는 이용선 회장
그리 넓지 않은 강의실에는 푸른 수의를 입은 20여명의 수감자들이 모여 앉아있다. 이들은 모두 석방을 한 달가량 앞둔 출소예정자.
약속된 시간이 되자 교도관과 함께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주인공은 오네시모회를 이끌며 육척 담장안의 수형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용선 집사(장위동교회 / 창조직업전문학교 이사).
지난 1988년 6월,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의 나락에 빠진 그는 법원으로부터 법정최고형을 언도받을 후, 무기징역 감형과 모범수로 출소해 이제는 ‘사형수에서 생명의 전도사’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하나님의 종이다.
복역 중 김가일 목사(전 호남합회장)와 오세욱 장로(전 광주지방법원장)를 통해 재림신앙을 받아들인 그는 ‘오네시모회’를 조직해 죄인의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수형자들에게 세천사의 기별을 전파했다.
작년 8월 15일 사면복권과 함께 법무부 교정위원에 위촉된 그는 지난 3월부터 매월 전국의 교정시설을 찾아 ‘취업 및 창업지원교육’ 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성동구치소에서 처음 시작된 이 강의된 그동안 서울구치소, 인천구치소, 영등포구치소, 안양교도소, 의정부교도소, 청주교도소, 화성교도소, 청송교도소 등 전국 8개 교정기관으로 늘어났다.
곧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이용선 회장이 단에 올랐다. 그는 이날 ‘갱생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수감자들이 출소 후 새로운 삶의 길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했다. 그는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꺼내 자신을 소개했다.
약 15분 분량의 자료에는 그가 걸어온 삶의 족적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스쳐 지났다. 자신 역시 한때의 과오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이제는 고통의 세월을 넘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잔잔하게 흘렀다.
그는 강의가 시작되자 강단에서 마이크를 뽑아 수감자들 사이로 다가섰다. 몇몇 교육생들이 흠칫 놀랐다. 아직도 그 지긋지긋한 수형생활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를 법 한데,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감자들 사이로 들어가 살을 맞대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 자신이 먼저 몸을 숙이고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서자, 처음에는 다소 경계하며 긴장하던 눈빛의 수감자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어느새 그들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이들 사이에 그 어떤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의실 분위기는 일순간에 한결 밝아졌다.
“여러분도 새로운 인생을 살기 바라시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 다시는 예전의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불안감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비록 지나버린 자리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가며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이루기 위해 저 스스로와 얼마나 투쟁했는지 모릅니다”
교육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진행하는 그의 절절한 강의가 계속 이어졌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그의 생생한 목소리 마디마디에 진심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버림받았다고 생각되는 피해의식을 스스로 무너뜨려야 합니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는 이러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직업교육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그 자신 역시 수감생활 중 자동차정비기사, 자동차검사기사 등 산업기사자격증 8개와 목공.창호기능사, 건축배관기능사 등 12개의 기능사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이런 산 경험은 출소자들의 갱생의지를 북돋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의 강의에서 하나님을 접하게 된 계기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보람과 특권이 빠지지 않았다.
“저는 장기수로 수형생활을 하면서 신앙으로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습니다. 우리의 처지가 즐겁거나 명랑할 수는 없지만, 삶에 대한 바른 가치를 찾는다면 신앙생활은 물론 새 인생을 개척하는데 진정한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강의를 마치며 그는 자신이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인천 창조직업전문학교의 교육과정을 짧게 소개했다. 이들이 사회복귀 후 갑자기 맞은 자유에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방종해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직업교육 과정 이수를 통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용선 회장은 실제로 이 학교에서 틈틈이 강의를 맡아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상담과 교육 등 출소자들의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최근 취업까지 성공했다는 한 출소자 “직업교육 뿐 아니라 인생의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며 수감자들에게 교육과정 이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약 2시간의 순서가 끝날 즈음 처음에는 다소 긴장되어 보이던 수형자들의 얼굴빛이 새로운 삶의 의지로 가득 차 보였다.
몇몇 교육생들은 궁금한 사항을 질문도 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한 교도관은 “이용선 회장의 강의는 수감자들이 어느 강사보다 집중해서 교육에 참여하고, 가장 많이 참여하는 교육 중 하나”라고 귀띔하며 “아마 교육생들과 밀접하게 접근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강의를 마친 그의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는 뜻. 그에게 ‘힘들지 않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가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현답을 내놓았다.
“나도 사람인데 때때로 힘들고 피곤하죠. 하지만, 교정선교야말로 내 인생의 여력이 다하는 그날까지 포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명령이자 사역입니다. 수감자들이 수형생활동안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도 하지만, 그들이 사회에 복귀해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도록 우리 사회도 그들의 올바른 적응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특집
-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2024.10.24
-
인공지능 시대, ‘재림성도’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2024.10.24
최신뉴스
-
[현장 인터뷰] “초기 선교사들의 희생 결코 못 잊어” 2024.11.14
-
[현장 인터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 ‘돕는 손길’ 202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