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파스’ 직격탄 맞은 영항지구 피해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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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09.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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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장비, 자금 태부족 ‘3중고’ ... 십시일반 나눔의 손길 절실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지난 지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복구의 손이 미치지 못한 농가시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을입구로 들어서는 진입로에는 수십 년 된 소나무들이 허리가 꺾인 채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이처럼 태풍의 위력을 한눈에 실감할 수 있는 모습들을 안면도 일대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도착과 함께 김기돈 목사(영항교회)의 안내로 이 마을에 사는 방규한 장로의 고추밭으로 발길을 옮겼다.
곤파스가 몰고 온 강풍에 직격탄을 맞은 방 장로의 고추밭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태양초고추 건조를 위해 불과 한 달 전 설치했다는 비닐하우스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하우스를 지탱하고 있던 파이프는 바람에 밀려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찢어진 차광막과 비닐은 야속한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로 뒤엉켜 해풍에 휘날렸다. 수확을 앞두고 빨갛게 영글어가던 고추는 비바람에 썩어 들어갔다.
피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나온 연합회와 시조사 직원들이 하우스 해체작업에 투입됐다. 휘어진 파이프의 연결고리를 풀고, 방치된 차광막과 비닐을 걷어내 수거했다. 한창 일하기도 번거로운데 얄궂은 빗방울이 흩뿌렸다.
하지만 봉사자들을 더욱 애먹이는 건 훼손된 비닐하우스와 천막을 걷어낼 기본 장비마저 부족하다는 것. 단단하고 꼼꼼하게 설치된 비닐하우스를 해체하는데 필요한 드라이버나 망치, 스패너 등 장비가 태부족이다. 이들은 일단 아쉬운 대로 부러진 쇠파이프나 벽돌로 작업을 진행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 장로가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정신이 아득했는데, 이 정도만 해도 됐다”며 “나머지는 내가 혼자 정리할 테니 어서 다른 집을 도와주라”고 재촉한다. 그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곧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재능 집사의 밭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수 백 만원의 자금을 들여세운 비닐하우스가 힘없이 무너져 있었다. 전 집사는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민 중 한 명이다.
태양초고추 건조를 위해 세운 비닐하우스와 건조기 2대가 그대로 못쓰게 됐다. 특히 수확을 열흘 앞둔 13만2000㎡(약 4만평) 규모의 벼농사가 헛수고로 돌아가고 말았다. 태풍은 한해 농사의 결실을 그대로 훑고 지나갔다. 마치 벼를 그대로 세워놓고 타작한 것처럼 낱알이 남김없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작업을 마무리 짓고 인근의 다른 피해농가로 이동했다. 역시 비닐하우스의 지지대를 해체해 한쪽으로 세우고, 찢어진 차광막과 비닐을 수거하는 일이 반복됐다.
한창 작업을 진행하던 중 김기돈 목사 발에 못이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를 만들며 세운 출입문에 박아두었던 못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은 것이다. 예기치 않은 안전사고에 바삐 오가던 일손이 잠시 중단됐다.
그 시간, 이곳으로부터 약 1Km 정도 떨어진 한 민가에서도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었다.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한 할머니의 담장 잔해물과 쓰레기를 철거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4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낡은 가옥에서 홀로 외롭게 사는 이 할머니는 그날 밤을 떠올리며 “내가 이 마을에서 어려서부터 계속 살았지만, 이런 큰 바람은 65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눈으로 보지 않고는 뭐라 말하기도 힘들다”고 손사래를 쳤다.
충청합회 구호부장 김기태 목사는 “이처럼 이번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재림가정이 안면도 일대에서만 70가구에 이른다”면서 “태안, 덕산, 당진 등에서 지금까지 110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아마 집계가 모두 끝나면 15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기돈 목사는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 중 3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구와 규모가 계속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김 목사는 “가두리양식장 한 곳에서만 수 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우리 교회 성도들이 당한 피해액만 어림잡아 15억 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돈 목사는 “정도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피해주민들은 자신의 전 재산이 태풍에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비록 금액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고통의 비중은 같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극심한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하는 성도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한 채 그저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심정이 참담하다”며 “지금은 뭐라 위로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피해주민과 성도들이 상당수”라며 “짧은 시간이라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피해를 당하지 않은 교회와 성도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준다면 갑작스런 재난으로 눈물 흘리고 있는 믿음의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성금기탁 대열에 동참해 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날 밤을 생각하면 아직도 잠을 못 자겠어요. 하도 경황이 없어 정신을 차릴 수도 없었는데, 이렇게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니 힘이 나네요. 막막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다시 일어서야죠. 우리 성도들이 곳곳에서 기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허허허”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차창을 때리며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 뒤로 재기의 안간힘을 쓰고 있을 영항교회 성도들의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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