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간증>남은 인생 제1목표는 ‘선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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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0.05.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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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선교로 인생 제2막 여는 이용선 집사
지난해 5월 1일 석가탄신일 기념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으니 꼭 1년 만이다.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옥중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세상은 많이도 변해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순간순간이 아찔했지만 새 출발을 시작했다. 여전히 영어의 몸인 오네시모회 형제들을 돕기 위한 사업에도 힘을 기울였고,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수형자들을 위한 특강에도 참여하고 있다. 출소자 재활훈련기술학교에서 갱생의 꿈을 실현하는 형제들을 돕기도 한다.
모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신앙 안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삶의 중요성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오네시모회를 통해 죄의 짐에 눌린 많은 영혼들이 회개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면 몸이 부서져도 좋다.
문득, 창밖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실려 기억조차 하기 싫은 그날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이용선’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 과정은 쓰라렸지만, 결국 지금 주님의 품에 안겨 있으니 이또한 감사한 일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방송사 보도국의 특파원이었다. 많은 이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전도유망한 젊은이였다. 그러나 친한 동료와 함께 한 술자리가 화근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서로 만취한 상태에서 단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는 이유로 차안에서 그를 살해했다. 1988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끔찍했다. 일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사체를 유기하고, 사건을 은폐했다. 결국 1년간 도망자 신분으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숨어 다니다 이듬해 끝내 경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1심에서 사형판결이 내려졌다. 검사는 완전범죄를 노린 지능적 사건이라며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했다.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신체를 지탱하고 있던 다리의 힘이 순식간에 풀렸다. 살고 싶었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막상 죽음이란 단어를 눈앞에서 맞닥드리게 되니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990년 11월, 찬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을씨년스러운 어느 날이었다. 김가일 목사와 오세욱 장로, 그리고 홍광의 목사라는 분이 ‘사형수’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오늘의신앙>을 공부하며 복음을 받아들였다.
재판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탄원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수 있었다. ‘무기징역수’와 ‘사형수’. 그것은 수형자에겐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다.
감형 하루 전.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면회를 오셨다. 성경책을 넣어달라고 부탁드렸다. 모친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눈물과 함께 흘렀다. 그날 밤 처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밤을 새하얗게 지새우며 말씀이 골수까지 쪼개는 뜨거운 경험을 했다.
'한 사람의 순종치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의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롬 5:19)'
이 말씀을 읽는 순간 왈칵 눈물샘이 터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뻐근해지도록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하나님! 저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이 말씀이 제 가슴을 이렇게 뜨겁게 적십니까? 이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믿겠습니다”
난생 처음 무릎을 꿇고 처절하게 기도했다. 이날의 경험은 그 긴 수형생활과 재판기간 동안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 같은 역할을 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말씀을 붙잡고 위로를 얻었다.
1997년 12월. 광주교도소 한 켠에 14명의 수감자들이 모였다. 오네시모회의 첫 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몇 년간 교도소 생활을 하다 보니 출소했던 동료가 재범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시작했다.
마치 빌레몬의 집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가 결국 로마에서 붙잡혀 감옥에 갇혔던 오네시모가 옥중의 사도 바울을 만나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난 것처럼. 우리도 죄의 옷을 벗고 변화의 새 삶을 살자는 다짐에서 였다.
오네시모회는 현재 전국 23개 교정시설에 약 400명의 ‘형제’들이 활동하고 있다.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지난날의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동료를 보살피면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남모를 어려움도 많았다. 때때로 힘에 부치고, 종종 실망스런 모습도 겪어야 했다. 예상 못한 오해와 시련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자가 겪어야 할 필연인지도 모른다며 기도로 이겨냈다.
잠시 눈을 감는다. 2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육척 담장 안에서 훌쩍 지나갔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니 실패한 인생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구원의 은혜를 경험하니 기쁨과 평강이 넘친다.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이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성령의 역사인가 보다.
이제 곧 새로운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그 안에는 한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흉악한 죄인들이 주님을 만난 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수형자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바뀐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담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선교에도 힘을 쏟고 싶다. 전국의 삼육중.고등학교를 찾아 시련이 없는 꿈보다 말씀에 선 꿈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의 비전과 꿈에 대해서도 간증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제1목표는 무엇보다 ‘선교와 봉사’다. 예수님을 만나지 않은 신앙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기자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 모진 세월과 힘든 과정을 어떻게 이기고 여기까지 왔냐고. 말없이 미소 지으며 지갑에서 꼬깃꼬깃 헤진 종이 한 장을 대답 대신 내밀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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