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양의 다카에서 온 편지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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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통신원 통신원
hehe415@hanmail.net
입력 2010.07.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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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학교 사이의 아이들 ... 도전 앞에 당당한 용기를 위해!
“이거 뭐에요?”
“하하~. 굿 뉴스에요. 한번 보세요.”
“이름 같은데 혹시, 우리 아이들? 아이들한테 무슨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이번에 공립학교 시험에 합격해서 입학한 아이들이에요. 어때요, 굿 뉴스죠?”
우와. 정말 좋은 소식이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35명이나 된단다. 거리아동센터 사업이 시작된 2009년 2월, 각기 다른 연령과 학습 수준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책을 보는 것보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 이미 돈맛도 알았다.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돈 되는 일이라면 한꺼번에 수업에 빠져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글이 왜 필요한지,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어른이 되고 부모님이 사는 것처럼 예정된 삶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우리 아이들이었다.
집집 방문하여 생활형편이 어떠한지 아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센터에 오는 것 자체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간다니, 매니저만큼이나 나도 들떴다.
방글라데시 중부지역 마멘싱에는 유난히 거리에서 일하는 아동들이 많다. 특별 구역으로 지정된 5개 슬럼지역에는 1만7,487명이 거주한다. 그 중 약 36%인 6,321명이 5세 이상 14세 미만의 아동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거리아동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75%가 슬럼지역에서 온 아동들이다. 낮은 수입과 부모님의 비정기적인 경제활동으로 하루 몇 푼의 수입이라도 얻기 위해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기 때문이다.
처음엔 학교가 아이들이 거리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다. 학년을 막론하고 하루 3시간밖에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다. 하루아침에 자녀를 통해 들어오던 수입이 끊어지는 것을 안달하며, 학교는 안 다니더라도 돈은 벌어 와야 한다는 부모들의 생각은 인식교육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어찌 부모 탓만 하랴, 가난이 죄가 아니겠는가?
산토(8세)는 올해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학교를 다닌 지 몇 개월 지났지만 기초실력이 부족하여 학급친구들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보충수업을 받아야 한다. 특별히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센터에서 오전에 한 시간 보충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오까지 학교 수업이 마치면 센터에 와서 점심을 먹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일을 하러 간다. 아버지가 그날, 그날 산토가 일할 곳을 연결하기 때문에 산토의 작업장은 매일 바뀐다. 일일 평균 작업시간은 7시간. 그래서인지 센터에만 오면 졸기 바쁘다. 아예 바닥에 엎드려 자지만 산토의 사정을 아는 선생님은 차라리 조금 더 쉬다 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가능하면 아이들이 일하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가정 경제를 책임져 주지 않는 이상 아이들을 일터로 보내지 말라고 말 할 수 없다. 아니, 법적으로 대응하자니 법은 있는데, 법이 현실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다니게 하고자 하는 NGO와 일자리를 알아봐서라도 일하게 하는 부모. 그리고 중간에서 지쳐 쓰러지는 아이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야 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될까? 이 검게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아마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할 텐데. 아직 지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변화의 현장에 서 있지 않는가? 도전 앞에 당당하고 조금 더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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