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양의 다카에서 온 편지(첫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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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통신원 통신원
hehe415@hanmail.net
입력 2010.02.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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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속 아동권리와 종이 밖 아동인권의 현실 사이에서
이희옥 양은 올해 2년째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국제아드라와 함께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건강지원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희옥 양이 보내오는 생생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 재림청년의 삶의 발자국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담, 노모시깔” (선생님, 안녕하세요?)
12시 즈음이 되면 오전 일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씩 아동센터로 들어선다. 책가방 대신 재활용 물건으로 가득 찬 자루를 메고 들어서는 아이들을 현관에서 맞다 보면 아이들의 얼굴보다 발을 먼저 살피게 된다. 온종일 거리를 돌아다녔을 저 가여운 발들이 오늘은 무사한가 하는 마음에.
“종이 속 아동권리와 종이 밖 아동인권 현실사이의 좁힐 수 없는 평행선”
교육받을 권리, 건강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이름을 가질 권리, 생각을 표현할 권리,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놀고 쉴 수 있는 권리, 자신의 권리를 알 권리 등, 아주 사소한 권리부터 다루기 민감한 수준의 권리까지 아동을 위한 수많은 권리들이 협약과 헌장, 선언으로 선포되었다.
아동인권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장 먼저 찾게 된 것은 바로 아동권리와 관련된 조약과 국제법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의 비준을 받은 국제조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1989), 민주적인 헌법이 인정하는 인간의 주요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포함한 세계인권선언(1948), 제2차 세계대전 후 아동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최선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국제적 의지의 표현으로 만들어진 아동인권선언(1959) 등은 아동권리에 대한 개념 정립에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아동을 돌봄만 필요한 미완성된 존재가 아닌, 권리적 존재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아동권리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반면, 아동권리가 침해되었을 때에 제기할 수 있는 국제적인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종이 속 아동권리와 종이 밖 아동인권 현실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의 문제들로 여전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아동권리와 관련된 수많은 협약과 선언들이 국제법의 효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각 선언과 협약들이 강제적인 구속력을 띠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습과 전통으로 지속되고 있는 조혼-신부지참금 같은 관습들, 법의 구속력을 이용하여 뒷돈 챙기기 바쁜 정부 관료들, 그리고 자녀를 거리로 몰아내는 무지한 부모들이 이에 한 몫을 더하여 오늘도 삶의 무거운 짐으로 신음하는 어린이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어른이 먼저 깨어야 한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아동인권의 현실은 수면으로 튀어 오른 한, 두 가지 사례보다 훨씬 심각하고 광범위하다. 가사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여자아이들의 성희롱, 과도한 신부지참금으로 팔려가듯 결정 되는 조혼, 위험한 현장의 아동노동, 구걸, 방임 등은 그 수가 다수여 마치 이 현상이 주류인 듯 착각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작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아동인권 20주년 기념식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협약이 수행한 역할은 크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5살이 되기 전에 죽고, 폭력과 착취로 인해 희생되고 있다”며 어린이들의 행복은 어른들이 하기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 어른들의 깨달음 없이는 결코 아동인권의 신장을 기대할 수 없다. 어린이들의 행복이 어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은 어른들의 책임성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아동을 위한 권리.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이들이 없다면 그 권리들은 지금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과 같이 종이 속 활자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른이 먼저 깨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받은 어린이들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그 어른들을 다시 깨우쳐야 한다. 실제로 ADRA 아동센터를 통해 교육받은 거리아동들이 교육받은 내용을 부모님에게 전함으로 새로운 정보와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바꾼 부모님들이 여럿 있었다.
어린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 사실을 나누고, 내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겠다. 버스 사이를 돌아다니며 땅콩을 파는 소년을 교육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힘, 결혼을 앞둔 11살 된 소녀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힘, 체벌이 무서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초등학생의 마음을 여는 힘. 그 힘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그늘 속에 감춰진 아동권리를 찾아서
방글라데시는 빈곤과 인권, 어린이, 약자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나라다.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도 이곳에 오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마는 상황을 빈번히 경험할 수 있다. 특별히 소외계층과 어린이들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나라, 그만큼 아동인권의 수준이 심각한 나라이다.
현장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올해는 ‘아동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이곳의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전하는 일을 계획했다.
아동권리란 무엇이며, 현재 방글라데시의 아동권리 현주소를 아동노동, 조혼, 아동교육, 아동매매/매춘, 거리아동, 슬럼지역 아동, 아동영양, 아동폭력, 장애아동 등의 세부분야로 나누어 매월 한 주제를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현장의 크고 작은 사례들을 통해 우리 주위 어린이들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그늘 속에 있는 세계 많은 어린이들의 인권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드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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