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라봉사자 진한나 양의 여기는 프놈펜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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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나 통신원 통신원
kbtlove@kuc.or.kr
입력 2009.11.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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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들의 정성 담긴 첫 소포 ... ‘사랑을 배달해 드립니다’
‘누구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처음 듣는 캄보디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쭘립쑤어 따으 네악 록 쓰라이 진한나?(안녕하세요. 진한나 씨 인가요?)”
“자, 크뇸 진한나. 네악 나?(네, 진한나입니다. 누구세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엄청 빠른 속도의 캄보디아어가 흘러나왔다.
“스답 엇 반떼... 크뇸 쭌찌읃 꼬레 쏨 니지여이 모이모이~(못 알아듣겠어요. 저 한국사람이거든요. 좀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이윽고 상대는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천천히 다시 말해주었다. 그는 우체국 직원이었다. 한국에서 소포가 도착했으니 찾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벌써 도착했다구요? 이야~ 참 좋은 세상이다!”
어제 아드라코리아 사무실에서 후원자분들의 편지와 선물을 EMS로 보냈으니 일주일 뒤 쯤 도착할 거라고 연락이 왔는데 하루 만에 도착한 것이다.
캄보디아의 우체국은 우편물을 배달해주지 않는다. 편지든, 소포든 우체국으로 직접 찾으러 가야한다.
곧 성은언니와 함께 설렘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몇몇 교민들로부터 EMS로 한국에서 물건을 받았었는데 우체국 직원들이 미리 뜯어보고 몇 가지 식품들을 빼갔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EMS 창구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창구 앞으로 다가가 소포를 찾으러 왔다고 말하며 걸려왔던 전화번호를 보여주니 여권을 보여 달란다.
“어! 여권 안 가져왔는데요. 아까 전화할 때 여권 필요하단 말 없었는데.. 그럼 못 찾아가나요?” 중년의 여직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 옆에 있던 남자의 여권을 받아 그의 소포를 먼저 찾아다주었다.
“저... 저희 집이 좀 멀거든요. 그냥 주시면 안 되나요?”
아주머니는 나의 간절한 부탁을 들은 척도 안하고, 우리보다 뒤에 온 사람들의 소포만 분주히 찾아 날라주는 것이었다. 불쌍한 표정을 짓고 기다리면 도와주실까하고 창구 한 가운데에 서서 계속 기다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울상이 되어갈 즈음, 뒤쪽에서 전화를 하던 한 젊은 여직원이 통화를 마치고 내게 다가왔다.
“소포를 찾으러 왔는데, 여권을 안 가져왔어요...”라고 하자 웃으며 “이름만 있으면 돼요”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럼 저 아줌마는 왜 그러신거야!!’ 발끈해서 아주머니를 쏘아보자 아주머니도 나를 한번 힐끔 보더니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계속 본인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젊은 직원은 소포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보낸 사람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이대원이요.”라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 하길래 “아드라코리아?”라고 했더니 아니라는 것이다.
“이.대.원. 아니예요? 이대원. 맞을 텐데...” 그러자 다시 말해보라고 했다. 순간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깨달았다. “리대원이요.” 그제야 직원은 웃으며 소포를 건네주었다.
간신히 리대원 ‘동무’가 보내준 소포를 찾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열어보니 후원자들이 손수 쓰신 편지와 정성껏 만든 클레이액자, 양말, 속옷, 스케치북, 노트, 색연필, 연필을 채워 넣은 필통, 예쁜 머리핀들, 껌, 피부비자극 주방세제까지 정성과 사랑이 담긴 선물들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이 선물들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신바람이 난 나는 편지에는 또 어떤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열어보았다. 편지를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열어보는 것이지만 남의 연애편지를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중간에서 먼저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항상 이메일로 편지를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후원자들이 직접 쓴 편지들을 받아보니 아이들을 향한 그 애틋한 마음이 더욱 많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내 또래의 여학생은 한글 자모를 알려주는 알록달록한 편지를 만들어 보내주었다.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코팅까지 한 예쁜 편지를 보면서 정말 아이와 사랑에 빠졌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친자식처럼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지해주시는 후원자들의 편지에 우리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따뜻함을 독자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어, 두 통의 편지를 살짝 소개한다.
#1
(전략) … 이 언니는 충북 음성이란 한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어..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언니의 꿈은 우리 **와 같은 친구들을 많이 알고 싶고 또 하나님에 대해 많이 알려 줄 수 있는 그런 큰 사람이 되는 게 희망이야..
언니가 우리 **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꿈을 갖고 하나님을 알고 가족들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때 언니가 하나님을 모를 땐 좋은 환경이 좋은 줄 모르고 항상 불평을 했고, 꿈에 대한 확신도 없고, 가족들과도 자주 싸우며 지냈어.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렇게 우리 **도 알게 되었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게 되었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지..
우리 **도 지금 많이 힘든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늘 꿈을 잊지 말고 항상 하나님과 기도로써 대화하고 또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길 바라고 그럴 것이라 믿어. ^-^ 언니가 이렇게 널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언니는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함을 느껴.
우리의 인연을 맺어주신, 그리고 우리를 이곳 지구에서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며 살아가자. 그리고 그분을 사랑하고 나와 우리 가족들과 이웃들을 사랑하며 살자 **야 ^^
그런다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주님은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와주실거야~♡
건강히 잘 지내고 집안일을 도우면서도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돼 알겠지? ^^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사랑스러운 **가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
우리 또 편지하자!! 안녕 **야~♡
- 한국에서 ** 언니가 ^^♡
#2
사랑하는 막내딸 **
너의 편지 잘 받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고운 **. 꿈에서도 그려보지 못했던 아이구나. 너무 사랑스러운 **이구나.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 한번 보고 싶구나.
내가 이제 나의 소개를 하자면, 나는 나이가 60세란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훌륭하지도 못하고 잘 살지도 못한단다. 왜냐하면 어느 날 갑자기 암이 걸려서 많이 아팠단다. 그래서 고생 많이 했단다. 하지만 이제는 16년이 되어서 완전히 건강해졌다. 그래서 어느 곳이나 다니며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단다. 나는 돕고 사는 것을 즐거움으로 하고 더욱이 봉사하는 것이 행복해서 늘 그렇게 산단다.
**,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 내가 살고 있는 동안 너를 보살필 수 있겠지.… (중략) …
나는 아빠와 함께 지금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지.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의 꿈이 생각대로 이루어져 의사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잘 되어서 이다음에 한국을 다녀가거라. 늘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고 열심히 살면서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에게 베풀며 살기를 바란다. 한국 땅에서 사랑하는 양엄마가 먼 하늘 바라보면서 모든 글을 줄인다. 늘 사랑하면서 주님 안에서 행복하길 빌겠다. 그리고 엄마, 아빠, 또 언니, 오빠에게도 항상 사랑해주고 엄마 병이 속히 날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여라. 사랑한다 **. 정말정말 사랑해. 앞으로도 서로 연락하자꾸나. 나도 엄마가 속히 건강할 수 있게 기도해줄게. 나는 딸이 없어서 ** 너는 이제 나의 소중한 딸이란다. 그럼 이만 펜을 놓겠다. 안녕. 굿바이♡♡♡
참! 여기 조그마한 선물 보낼게. 잘 받아라. 언니와 함께 나누어 쓰거라.
이렇듯 정감어린 후원자들의 편지를 받고 나서, 모든 후원자들이 풍족하고 넘치는 상황에서 후원을 하시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이 나에게 희망을 준다. 마음이 누구보다 부자이신 후원자들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된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
어느덧 11월이다. 캄보디아에서 지내온 날이 앞으로 지낼 날보다 많아졌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후원자들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는 ‘사랑 배달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 계신 성도님들도 올해가 가기 전에 더 많이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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