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약속...“걱정 마요! 난 다시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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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9.04.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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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투병 채희균 군의 소망 “살아계신 하나님 증거되고 파”
상자에 한 가득 담겨진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를 한 장 한 장 꺼내던 아이의 손끝이 바르르 떨려왔다.
소리 내어 흐느끼진 않았지만, 아들은 울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아빠도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많이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 너무 고마워요”
아들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엄마는 한동안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준다.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친구들 곁으로 가겠다는 것. 그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약속인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요 며칠 아들에겐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이상구박사뉴스타트센터에서 캠프를 마치고 체력이 너무 소진되어 예정됐던 치료일정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터였다. 그때 친구들이 보내준 생각지도 못한 편지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이 되어주었다.
아들은 다시 입을 열어 친구들에게 말했다.
“녀석들아, 조금만 기다려라. 얼른 나아서 학교로 돌아갈 테니. 고3 열심히 잘하고 있어. 난 반드시 일어나 너희들 곁으로 간다”
그런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엄마에게 아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겨낼 수 있어요”라며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넨다.
녀석이 언제 이렇게 부쩍 컸을까. 엄마는 속 깊은 아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암이라 해도 요즘에는 이겨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아빠 말씀대로 저에게는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으니까 곧 나을 거에요”
아들은 이 몹쓸 병이 나으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찬양하며 노래하는 것이다. 자신처럼 병마와 싸우며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의 역사를 화음에 실어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긴,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도 문병 온 물보라 친구들과 함께 다른 환자들을 위해 작은 공연을 했을 정도로 음악이 좋은 녀석이다.
아들은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위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직 ‘재림성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저곳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가 빨리 나아서 그 기도가 응답받았다는 것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증거가 되고 싶어요”
사람을 유난히도 좋아하던 아이. 목양의 길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것이기에 기꺼이 이 길을 가겠다며 목회자가 되길 꿈꾸었던 아이. 그는 이제 자신의 모든 짐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다.
희균이는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닥쳐왔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를 통해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섭리가 이루어지길 기도할 뿐이다.
희균이는 생각한다.
‘하나님은 나의 아픔을 통해 어떠한 역사를 보여주시기 위해 준비하고 계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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