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게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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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9.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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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류은혜 여사 남긴 발자취 ... 남편 자서전 한국어 출간 꿈꾸기도
류제한 박사의 부인 그레이스 류(한국명 류은혜) 여사가 방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여사는 한국선교 100주년을 축하하고, 때마침 선교 100주년 유적사업분과위원회가 서울 양화진 외국인묘소에 세운 류제한 박사의 묘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터였다.
우리 나이로 95세의 노파였던 류 여사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최근 손등에 피부암이 발생해 제거수술을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의 주변에는 4-5명의 간호사들과 성육원 출신 ‘자녀’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 모두 여사를 “엄마”라고 불렀다. 그 모습이 전혀 스스럼없이 보였다. 이들은 며칠 후 한국에 살고 있는 성육원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오랜만에 모임을 가질 것이라며 설레어 하기도 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여사는 1947년 류 박사와 결혼한 이듬해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낯선 땅에서 의료봉사활동과 구호양육사업을 펼친 그는 전쟁의 와중에도 남편을 도와 피난민들을 치료했으며, 이후에는 아동보호시설을 세워 거리로 내몰린 전쟁고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보았다.
80년대 초반까지 운영된 성육원을 통해 1,000여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거나 그리스도인 교육을 받았다.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사는 이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류 박사와의 사이에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제로 여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1967년 10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까지 원생들을 모두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양육했다”고 회상했다.
또 1955년 8월에는 삼육보건대학의 전신인 간호사 양성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해 정예 간호인력을 배출하는 교육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서울위생병원 의료선교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기자와 다시 만난 여사는 예전의 그 온화한 미소를 잃지않으며 “위생병원이 이렇게 발전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특히 리모델링을 통해 새 옷을 갈아입은 병원의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는 곁에 있던 지인들에게 “남편은 은퇴 후 미국에 살면서도 한시도 한국과 병원사업을 잊은 적이 없다”고 귀띔했다.
생전의 여사는 류제한 박사의 자서전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하고 싶어 했다. 언젠가 한국 방문길에 나서면서는 남편의 생전모습이 담긴 사진 등 몇몇 유품과 함께 류 박사의 자서전을 손수 챙겨 오기도 했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는 평생을 의료선교사로 봉사하며 위생병원의 초석을 놓은 류제한 박사의 인간적 고뇌와 면모 등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한국에서의 병원 개척 등 초기의료선교 당시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숭고한 선교열정으로 한국인들을 향해 아낌없는 사랑의 손길을 펼쳤던 여사가 자신과 남편의 청춘을 바쳤던 병원의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헌신의 당부가 지금도 잔잔히 뇌리에 스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개개인이 모두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선한 봉사자요, 일꾼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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