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라봉사자 진한나 양의 여기는 프놈펜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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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나 통신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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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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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가택침입’ 고양이만한 쥐 때려잡기...좌충우돌 캄보디아생활기
한창 단잠에 빠져있던 나는 “으악! 엄마야!” 소스라치는 비명소리와 갑자기 켜진 형광등 불빛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성은언니였다.
“으음... 언니 무슨 일이예요?”하며 눈을 가늘게 뜬 나는 누운 자리에서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순간, “아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만한 쥐가 후다닥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은언니와 나의 비명소리와 환한 불빛에 깜짝 놀란 쥐는 온 방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열린 방문으로 후다닥 뛰쳐나갔다.
성은언니 방을 나선 쥐는 동성학교 학생들이 잠을 자고 있던 내 방의 열린 문으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갔다. “안돼!”라고 외치며 쥐를 뒤따라 내 방에 들어가 불을 켜고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웠다.
“얘들아, 일어나! 얼른 침대 위로 올라가!”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은 눈을 비비며 “왜요, 언니?”하고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서 올라가! 쥐가 있어!” “네에? 쥐요?”하며 그제야 아이들은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 중에 문 앞에서 자고 있던 혜원이란 아이는 “뭐가 제 배 위로 올라와서 고양인 줄 알고 손으로 잡았다가 너무 빨라서 놓쳤는데 그게 쥐였어요?”라고 했다.
“응. 그게 쥐였어. 우리집에 고양이 없잖아” 아이들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쥐를 찾아보니 침대 머리 맡, 방구석에 있는 책꽂이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꼬리 길이만도 한 뼘이 넘는 큰 쥐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여자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 쥐가 나오지 못하게 방문을 닫고 나왔다.
성은언니가 아래층에서 주무시고 계시던 장민성 선생님을 깨워 쥐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잠이 덜 깨 어리둥절한 선생님 손에 대걸레 자루와 세숫대야를 쥐어드리고는 내 방으로 떠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쥐가 후다닥 뛰는 소리, 여자아이들의 비명소리, 퍽퍽 대걸레 자루로 내리치는 소리들이 한 데 어우러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다 “잡았다!”라는 반가운 소리에 방문을 열어 보았다. 거대한 쥐가 피를 흘리며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쥐가 벌떡 일어나 바닥과 벽과 아이들의 짐에 피를 묻히며 파다다닥 다시 구석으로 도망을 갔다. 맙소사!
난 다시 문을 닫고 나와 고무장갑을 손에 꼈다. 다시 “잡았다”라는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열어보니 쥐가 쓰러져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어 숨을 쉴 때마다 배가 팔랑팔랑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쥐를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장민성 선생님도 마음이 약해지셔서 더 내려치기를 주저하셨다. 불쌍하긴 하지만 저러다 기운을 차리고 다시 내 방에 피를 묻히며 뛰어다니게 둘 순 없었다.
쓰러져있는 쥐를 고무장갑 낀 손으로 움켜잡았다. 어디서 뭘 먹고 이렇게 커졌는지 몸통이 내 양 손 안에 가득 찼다.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쥐를 검은 비닐봉지에 넣고 꽉 묶은 뒤, 다른 봉지 안에 넣고 또 넣어 세 겹으로 꽁꽁 묶은 뒤 베란다로 나가서 집 뒤 공터로 있는 힘껏 휙 던졌다.
이런 소동이 있었는데도 아래층에서 자던 남학생들은 세상 모르고 누군가는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자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여학생들은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지난 밤 있었던 일을 남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한 밤의 ‘쥐 소동’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캄보디아봉사대의 추억이 될 것 같다.
동성학교 봉사대가 무사히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 성은언니와 나는 새로 후원이 맺어진 아이들로 인해 더 많은 후원물품을 부지런히 날라야 하는 생활로 돌아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비가 더 자주, 심하게 내려 길이 진흙탕이 되기 일쑤고, 길이었던 곳이 물웅덩이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럴 때면 차로는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 어귀에 쌀과 달걀, 물통들을 내려놓고 그곳부터 후원물품들을 날라야 한다.
거기다 평소에 다니던 마을길까지 물웅덩이가 되어버려 평소보다 세 배는 더 긴 거리를 무거운 물통을 들고 돌아가려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터에 집에 돌아오면 매일 일과처럼 진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빨게 되었다. 급기야 성은언니는 맨발로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진흙과 소똥, 각종 동물의 분비물이 뒤섞인 길을 맨발로 다닐 자신이 없어 열심히 운동화를 빨고 있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운동화를 집 안에서 말리다 보니 잘 마르지 않아, 하루는 슬리퍼 밖에 신고 나갈 것이 없었다. 진흙길을 슬리퍼를 신고 가다 결국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어서 엉덩이에 진흙이 잔뜩 묻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목사님이 빗물을 받아놓은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솔과 함께 닦으라고 주셨다. 혼자 솔로 청바지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고 있는데, 허리를 돌려서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는 내 모습이 불편해 보였는지 성은언니가 닦아주겠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언니에게 솔과 물통을 건네고 뒤돌아섰다. 그런데 막상 언니가 솔로 내 청바지를 문지르기 시작하자, 왠지 내가 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웃음보가 터졌다.
그날 입은 바지가 넉넉한 청바지가 아니라 딱 붙는 스키니진이었기 때문에 솔의 감촉이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언니도 솔질에 따라 씰룩쌜룩 움직여지는 내 엉덩이 때문에 웃고 싶어지던 중이었는데, 내가 와하하 웃자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우리 모습을 보고 덩달아 웃었다. 한참동안 눈물이 쏙 빠지도록 웃고도 계속 웃음이 나오는데, 성은언니가 내가 웃으니까 민망해서 못 닦아주겠다고 해서 다 끝날 때까지 웃음을 꾹 참느라 혼이 났다.
이제는 무거운 물통도 번쩍번쩍 나르고, 진흙탕에 뒹굴고도 웃을 수 있고, 고양이만한 쥐도 잡을 수 있다.
힘들고 지저분하지만 그런 것들은 봉사활동을 하며 얻는 보람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아직 후원이 맺어지지 않은 30명의 아이들이다. 후원물품을 받는 아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애처롭다.
그들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언제쯤 후원을 받을 수 있을지 물어올 때 기약 없는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어서 후원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날라야하는 후원물품이 두 배로 늘어나서 내 몸은 좀 고되겠지만 훨씬 더 신나고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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