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존엄사 시행 결정에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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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9.06.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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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존중’ VS ‘생명 경시’ 우려 충돌 ... 종교인 중 90% ‘찬성’
이로써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공식적인 존엄사가 시행될 전망이다.
‘존엄사’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연적인 죽음 이전에 생명을 마감시키는 행위인 ‘안락사(euthanasia)’와는 의미가 다르다. 안락사는 모르핀 투여 등 인위적인 행위에 의한 죽음을 말한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번에 존엄사 시행을 결정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존중할 것인가’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올바른 권리일까’라는 존엄사 인정에 대한 생명관의 반영도 논란의 한 축이다. 존엄사에 대한 언어의 뜻을 다르게 이해한다면 ‘죽음의 남용’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의료계나 시민단체, 정계 등 대부분의 단체에서는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종교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존엄사 허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생명보조 장치에 의존해 삶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보다는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무리하게 삶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와 고통에서 해방될 권리를 주는 게 낫다는 논리다.
반대 측에서는 사람의 생명이 타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인간의 생명이 안전하게 보장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존엄사가 합법화될 경우 자살 또는 살인과 명백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한다.
기독교인 84% '찬성' ... 환자 고통 경감 위해 필요
한편, 이러한 가운데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88.3%가 ‘존엄사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교 등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 약 90%가 ‘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더피플이 실시한 조사결과 20대에서는 81.5%, 30대에서는 85.1%가 존엄사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였고,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는 90%가 넘는 찬성률을 나타냈다.
특히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응답자의 89.5%가 존엄사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종교별로는 기독교 84.0%, 천주교 87.2%, 불교 92.4%, 기타 종교 95.5%가 찬성 입장이었다.
존엄사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3.8%가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어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 경감(28.3%)’ ‘환자의 존엄과 품위 유지 가능(25.0%)’ 순이었다.
반대 이유로는 ‘자기결정권을 타인이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7.9%로 가장 많았으며, ‘생명경시 풍조 확산(14.3%)’ ‘종교적 이유(11.8%)’ ‘남용될 여지가 크다(8.4%)’ 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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