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행복” 춘양교회, 수해마을서 무료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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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8.08.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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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 자원봉사자 등 하루 평균 150명에 사랑의 식사 제공
마을을 가로지르는 운곡천에는 상류에서 떠밀려온 잡목들이 흉물스럽게 걸려있었다.
바쁘게 오가는 방역차량과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덤프트럭 등 중장비의 모습에서 이곳이 수해지역임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동네어귀에 들어서자 진흙이 범벅이 된 장화와 작업복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등줄기에는 연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이곳 의양4리 에서만 28가구의 주민들이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당했다.
춘양교회(담임목사 김태수)는 아드라코리아 한국본부와 영남지부의 후원으로 이 마을 경로당 앞에서 수재민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 큰 역할을 했던 아드라코리아의 급식차량은 이곳에서도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식사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스피커를 타고 흘렀다. 이윽고 여기저기에서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마을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어린아이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고 복구활동에 참여했다.
이날은 특히 마산지구, 진주지구, 합천지구 등 경남지역 교회에서 30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이들은 인근 머루재배농장에서 토사와 쓰레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춘양교회는 아침과 점심 등 하루 두 차례씩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마을주민은 물론, 봉화군보건소 수재민의료반과 한국열관리시공협회 회원 등 하루 평균 150명의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끼니를 해결한다.
그나마 외부에서 지원 나온 자원봉사자들의 대부분이 피해가 극심한 서벽리나 애당리 쪽으로 배치되면서 이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춘양교회가 무료급식소를 이 자리에 마련한 이유는 이 동네가 교회와 가깝고,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기 때문. 다른 지역은 군데군데 흩어져 사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어서다.
급식에 사용되는 쌀은 춘양면에서 제공하고, 기타 부식비는 아드라 영남지부와 한국본부가 지원했다. 음식은 아침에는 3찬과 국, 점심에는 비빔밥과 카레라이스, 자장밥 등 영양과 맛을 최대한 고려한 메뉴들로 다양하게 준비한다.
춘양교회 집사회는 이를 위해 아침과 점심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보통 15명 정도의 성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인근 부천동교회 여집사회에서도 일손을 거들어주어 큰 힘이 된다.
하루 두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7시부터 시작되는 아침 배식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고, 점심식사 뒤처리가 끝난 오후 3시부터는 이튿날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점심식사의 메뉴는 하이라이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연신 내리쬐는 햇볕과 후텁지근한 날씨에 쉼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노상에서 먹는 식사지만, 봉사 후 먹는 밥이기에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주민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김태수 목사도 반찬과 물을 나르며 봉사자들이 식사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돕느라 바빴다. 밥과 소스를 그릇에 담는 봉사자들의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그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이 교회 김미자 집사는 “수재민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식사인데, 우리의 작은 봉사가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니 마음이 기쁘다”며 “따뜻한 밥과 국을 드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느껴진다”고 미소 지었다.
또 다른 봉사자는 “여러분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봉사하니까 크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며 “수재민들이 비록 고생스런 상황이지만, 빨리 재해를 딛고 일어나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우리들이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절실한 필요를 채워주었다”며 “그동안 ‘아드라’라는 단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양4리 이장 장점예 씨는 “주민들이 연로한 분이나, 젊은 사람이나 저마다 복구 작업에 매달리느라 식사 준비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정성을 들여 도와주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어떤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온종일 머루농장에서 토사제거 작업을 한 경남지역 성도들의 표정에도 보람이 스며있었다.
정용수 목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비록 우리의 수고와 봉사는 내세울 것 없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시련을 겪고 있는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며 재난을 당한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이 있길 기원했다.
아버지 원종배 집사와 함께 참가한 원온유 양(영양교회, 초등 6)은 “하우스 높이가 너무 낮아 작업을 하면서 허리도 아프고, 더위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했다”고 웃어보였다.
시온성교회에서 온 이신애 양(영남삼육중 3)은 “텔레비전에서 이곳의 피해소식을 보면서 수재민들이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직접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영남지역 교회와 전도단들은 봉사를 마치며 정성껏 모은 성금을 춘양교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김태수 목사는 “먼 거리에서 이렇게 직접 찾아와 수고해주신 봉사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지역사회에서 우리 교회가 선의 영향력을 더욱 넓히고, 부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춘양교회는 무료급식소를 오늘(8월 1일) 점심식사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면 이 마을의 피해상황이 어느 정도 복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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