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대통령의 탄생...“잔치 말석에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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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8.02.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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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바라보는 한국 기독교의 엇갈린 시선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전직 대통령, 국내외 귀빈, 국민 참여자 등 약 5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지위를 공식 인수받았다.
이 대통령은 ‘선진화의 길, 다함께 걸어갑시다’란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섬기는 정부' '실용정부'의 구상을 밝히고 “경제 살리기를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하고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며 실용정부의 구상도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바라본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꼭 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는 국가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국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길 바란다”고 새 통치자에 거는 바람을 전했다.
벌써부터 교계 정치적 ‘입김’ 청와대 개입 경계하는 시선 돌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보는 한국 기독교계의 표정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가 크리스천 대통령으로서 성경적 신앙양심에 따라 국가를 잘 통치할 것이란 기대와 그의 실정이 자칫 기독교에 대한 감정악화로 비화될 위험성도 전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과거 ‘서울 봉헌’ 발언으로 여론의 호된 지탄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그의 국정 운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비난의 원성이 고스란히 기독교에게로 전가될 개연성도 있다.
때문에 임기 중 대통령의 종교 관련 발언이나 행동이 상징적, 선교적 의미의 것에 그친다 하더라고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 가운데는 임기 중 기독교계의 정치적 ‘입김’이 청와대에 강하게 개입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눈빛이 벌써부터 따갑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초대 내각명단에 소망교회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되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게 받아들여진다.
교회는 권력의 잔치에 참여할 생각 내려놔야
이러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지난 23일 열린 공의정치실천연대의 포럼은 눈길을 끈다.
‘2007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정치 변동에 대한 성경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장로 대통령 시대 한국 교회의 역할과 기독교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는 대체적으로 한국 교회의 지나친 정치적 개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표면화되어 나타났다.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목사는 4월 총선과 관련, 자신과 김진홍 목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를 받았던 경험을 거론하며 “소망교회 관계자들과 뉴라이트 지도자 등이 인사 청탁과 이권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교회가 앞장서서 정치권력과 선을 긋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청했다.
국회조찬기도회 주축 멤버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잔치의 말석에 들어가라”는 직언으로 “장로 대통령의 탄생으로 한국 교회가 함께 묶여 보증인과 같은 공동연대 죄인이 됐다”며 교회는 권력의 잔치에 참여할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자신들에게는 로맨스여도 국민이 보면 청탁”이라며 “국민들은 목사들과 대통령 사이에 핫라인(직접 연락망)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전통적으로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어왔던 기독교인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시하는 등 점차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을 버리고, 대통령이 통치를 잘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예언자적 사명에 충실한 것이 교회 본연의 모습이자 성숙한 신앙공동체의 자세일 것이다.
새 대통령이 국정지표로 내세운 ‘섬기는 정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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