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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한 집사의 안방 앞에서 멈춘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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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기자 sdaksi3927@naver.com 입력 2024.07.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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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확인 30분 만에 침수 ... ‘90년 된 흙집’ 수리도 막막
폭우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한기현 집사의 가옥.

“여보, 여보! 집에 물이 찼어요” 


김영희 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남편 한기현 집사가 잠에서 깼다. 그러나 하반신 마비로 집 안에서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한 집사로서는 “어떡해!”라는 탄식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새벽 5시, 한 집사의 전화를 받은 최일우 목사(금산 구례리교회)가 주변 장로들에게 연락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 목사의 눈 앞에 펼쳐진 집 내부는 처참했다. 거실은 이미 무릎만큼 물에 잠겨 장판이 물 위에 둥실 떠 올라 있었다. 물살을 헤치고 안방으로 들어간 최 목사는 한 집사를 등에 업고 마당으로 나왔다. 


“분명 4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30분 사이에 그렇게 됐네요” 김 집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충남 금산군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 더구나 침수 피해를 입기 직전 나흘 동안 333mm의 폭우가 쏟아졌다. 


7월 10일 새벽 4시.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던 김 집사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눈을 떴다. 지붕이 낮은 흙집이라 평소에도 비가 오면 빗소리가 크게 들리긴 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더 큰 소리로 지붕을 때렸다. 마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김 집사의 집 바로 옆에는 작은 도랑이 흘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을 열고 마당을 확인했지만, 20년 전 이사 온 이후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김 집사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소파에 누웠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뽁~ 뽁~” 소리에 머릿속은 점점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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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6시까지는 자야 하루 일을 감당할 수 있는데 …’ 하는 생각에 안방으로 들어가 자려고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무릎까지 차오른 물에 화들짝 놀랐다. 손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으나 불이 켜지지 않았다. 집 안의 모든 전기 기구가 작동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김 집사는 자신의 집만큼 낮은 이웃집이 걱정돼 이웃을 깨웠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김 집사의 집 앞 골목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에만 190mm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도랑에는 위에서부터 흘러온 돌과 나무가 쌓여 물길을 막았고, 대전의 유동천이 범람해 지류의 물이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더해지며 벌어진 일이었다. 


오전 8시쯤 물이 빠지고 드러난 상처는 처참했다. 한 집사 부부의 집은 90년 전 지은 오래된 흙집이다. 한 집사 부부가 이사 오면서 황토방 3개를 추가했다. 이번 비에 거실과 황토방 3개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황토방은 한 집사 부부의 사업장이었지만 10여 년 전 허리를 다친 이후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이번 비로 황토방 3개와 연결된 굴뚝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물을 잔뜩 머금은 집 뒷벽이 갈라져 튀어나왔다. 흙집 전체의 하단 50㎝가량이 물에 불어 집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비가 그치고 황토방에 불을 때면 좀 더 빨리 마를 텐데, 그러려면 무너진 굴뚝을 먼저 고쳐야 하고요. 그런데 제 몸이 이러니 …” 몸이 건강하던 때, 시골에 살면서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웬만한 고장 수리는 직접 해결해 온 한 집사였기에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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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10일 이후에도 열흘이 넘도록 매일 비가 왔다. 황토방 3개는 마치 곰팡이 배양실처럼 곰팡이로 하얗게 뒤덮였다. 습기와 곰팡이로 뒤덮인 실내에서 불쾌한 냄새가 강하게 코를 자극하지만 한 집사 부부는 그 집을 떠날 수가 없다. 


“저희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임대주택이나 월세로 집을 구해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저 혼자라면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그러나 제 남편이 휠체어로 다닐 수 있게 문턱을 다 없애고 화장실도 휠체어로 드나들 수 있게 개조해야 하는데 남의 집에서 그게 어디 가능한 일입니까?” 김 집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들에게 유일한 선택지는 지금 집의 터를 높여 재건축하든지,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70대에 들어선 이들 부부가 감당하기에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이번 비가 얼마나 매서웠던지, 동네의 한 축사에서는 소 26마리가 물에 떠내려갔는데 그중 18마리만 되찾고 나머진 실종 상태라고 한다. 10일 이후에도 매일 비가 오고 있어, “비가 많이 오니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수시로 휴대폰에 날아든다. 그런 걸 생각하며 김 집사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한 일입니다”라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한기현 집사 부부는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안방과 부엌은 물에 잠기지 않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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