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스키어 슬로프에 추억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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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9.02.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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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안 양의 마달피삼육수련원 스키캠프 참가기
겨울방학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보지 않겠냐는 친구의 권유로 1월 27일부터 2박3일간 마달피삼육수련원(원장 손선근)에서 주최하는 스키캠프에 참가신청을 했다.
스키에 처음 도전하는 터라 걱정 반, 기대감 반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금산 마달피수련원에 도착했다.
금산이라는 지역도 처음이었지만 ‘마달피’라는 지명도 내겐 생소했다. 이곳은 옛날 기병들이 말을 달리며 무술을 연마하고, 심신을 닦았던 곳이라고 한다. 특히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에 맞서 의병들이 맨주먹으로 처절히 싸우다 순절한 애국의 뜨거움이 남아있는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유서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달피수련원은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여러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앞세워 연간 1만 명의 학생이 다녀가는 전국 최고의 청소년수련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니 재림교인으로서 뿌듯함과 자긍심이 스친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 하고, 마달피수련원에 도착한 순간. 그러나 이게 웬걸? 우리 눈앞에 보이는 참가자들은 전부 초등학생과 중학생뿐!! 각 교회 목사님들이나 보호자들을 제외하곤 우리가 참가자 중 최고령자(?)였다. 나름의 기대감이 맥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참가자들은 초.중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프로그램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유쾌하게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첫 날 야외활동은 골프와 국궁이었다. 날씨가 매우 추워 오들오들 떨면서도 평소엔 즐겨할 수 없었던 운동을 배울 수 있어 의미와 즐거움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지도강사의 설명을 듣고 곧 ‘라운딩’에 들어갔다.
각자에게 배정된 일정코스를 돌며 퍼팅 횟수를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었다. 비록 난생처음 골프채를 손에 잡았지만, 나의 천부적 운동신경은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월등한 점수로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레크리에이션 순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의 레크리에이션이 진행자 위주인 반면,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 중심의 활동이었다. 다소 서먹하고 어색할 수 있는 사이였지만, 우리는 서로 어울리고 몸도 부딪혀가면서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교단 최초로 레크리에이션 박사 학위를 받은 문동규 목사님의 재치 있는 진행솜씨와 번뜩이는 입담은 최고 개그맨 유재석 아저씨를 능가할 만큼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레크리에이션이 끝나고 교회별로 모여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약간은 들뜨고 조금은 어수선한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우리의 본분을 다시한번 다질 수 있는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둘째 날. 드디어 이 캠프의 메인테마인 스키를 타러 가게 되었다. 인근 무주리조트로 이동하는 길, 흐린 날씨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리 춥지는 않아서 부담이 한결 덜했다.
오전시간에는 스키의 기본자세를 배우고 점심식사 후 슬로프에서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게 되었다. 처음이라는 낯설음과 두려움을 저 멀리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질 때의 고통과 넘어질 듯 말 듯 가슴 서늘한 순간까지도 기분이 좋을 만큼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쾌감은 기대이상이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깊게 박혔다. 게다가 중간에 먹는 초코바는 그 어떤 별미보다 달콤하고 맛있었다.
처음엔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렇게 나의 스키어 ‘데뷔’는 아름다운 추억과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됐다.
다시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준비된 일정에 참여했다. 성경공부를 마치고,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다. 상품을 걸고 조를 나눠 하는 전형적인 소풍게임이었다.
얼핏 유치하고 지겨울 수 있는 게임이 한데 어울려 즐기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흥미진진했다. 첫 날과 마찬가지로 문동규 목사님의 장난기 가득한 말과 행동은 큰 웃음을 유발했다. 순서가 끝나자 얼마나 웃었는지 얼굴근육이 욱신거릴 정도였다.
2박3일간의 프로그램을 마쳐야 하는 마지막 날. 아침식사 후 참가자들은 모두 각 교회별로 나뉘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마지막인데 뭔가 서로에게 기억될 수 있는 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헤어져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이틀 동안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가슴 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처럼 다양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21세기 한국 사회와 교회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을 육성하는 최고의 종합수련시설로 거듭나고 있는 마달피수련원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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