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수 선교사의 ‘아프리카 PMM 보고서’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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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수 통신원 통신원
kbtlove@kuc.or.kr
입력 2009.11.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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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던 콩고에서의 첫 전도회를 마치고
사실 며칠 전 읽은 '복음전도'에서 화잇 부인이 청중들의 확실한 결심을 받아내기까지 전도집회를 철수하지 말아야 될 것을 기록한 부분이 생생하게 머리에 떠오르기도 했다.
그간에 느꼈던 감동과 실망, 기대와 아쉬움을 함께 적어서 다음 전도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준비와 순서
전도회를 앞둔 1주일 전 교회는 기도집회를 일주일간 열었다. 몇 주 전부터 매 안식일마다 구도자의 이름을 적고 함께 기도했다. 하루 전에는 온 교회가 금식을 선포하는 등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인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기대를 가졌다.
늘 끼니를 챙기는 건 아니지만, 작정하고 금식을 할 때는 왠지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생각나는데, 하루에 한 끼 정도 밖에 못 먹는 이들에게는 금식이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전도회가 거의 끝으로 향할 때 쯤 침례 결심을 호소하는 날도 금식을 했었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교인들이 자랑스러웠다.
지난번 소개했듯 20명이 넘는 교인들이 함께 숙식을 하면서 오전엔 집집방문을 하고, 오후에는 집회를 열었다. 순서는 어린이 설교, 건강 혹은 가정에 관한 기별, 메인 설교 순으로 진행된다. 오후 2시30분쯤 시작한 집회는 6시까지 계속되었다.
매 예배나 집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인내는 감히 흉내를 낼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아무리 순서가 오래 진행되어도 끝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내게는 이렇게 오래 진행하는 것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메인설교가 시작되기 전까지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보니 정말 중요한 호소를 들어야 할쯤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간혹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생긴다.
처음 왔을 땐 생기 있는 찬양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이 찬양도 조금 덜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매 순서의 시작과 끝에 찬양대가 등장하는데, 항상 단상 앞으로 나왔다가 차례대로 들어가는 시간에 마이크를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10분이나 걸린다. 찬양곡도 보통 7분에서 10분을 해야 끝이 난다.
찬양 자체는 감동적이지만, 시간을 좀 줄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회중 전체가 찬양을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그것도 좀 아쉽다. 하지만, 찬양이 끝날 때 큰 소리로 ‘아멘’을 외치는 청중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나 혼자뿐인가 보다.
▲참석자 수
약속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단상을 만들고 있는 교인들과 텅 비어 있는 집회 장소가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 집회가 시작되고 마을을 향해 매달아 놓은 스피커에서 홍보방송이 나가자, 사방에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어느새 발 디딜 틈도 없이 성황을 이루었다.
이렇게 모인 청중이 첫 날엔 300명 이상, 둘째 날에는 400명 이상, 셋째 날은 600명 가까이 되었다. 조금씩 줄었지만, 첫 주 동안은 매일 400명 이상을 유지하였다. 사실 그 중 절반 이상은 아이들이었는데, 업혀 있는 아기들의 숫자는 제외되었다.
여자들은 대부분 아기를 업고 있고, 아이들조차도 동생을 업고 왔기 때문에 등록된 숫자보다 50명 이상 많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본교인은 늘 50명 미만이 참석을 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하나님을 모르거나 다른 교파의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사실이 수확에 대한 희망을 주기도 했다.
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숫자에 의해서 느낌이 좌우되는 건 아직 성화가 덜 된 탓일까?
1주일을 고비로 계명과 안식일에 대한 설교를 들은 후 숫자는 반으로 확 줄었다. 특히 이 곳 차갈라 지역은 반대세력이 다른 곳 보다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설교 중간에 밖에서 누군가가 불러내어서 한꺼번에 수십 명이 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좀 맥이 빠지긴 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떠들고 딴 짓 하는 사람이 많이 빠져서 오히려 차분해졌고, 알곡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 마지막 3일은 처음엔 못 미쳤지만, 꾸준히 참석 수가 늘어났고, 학생들과 주부들도 많이 참석하여 아주 진지하게 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교인들의 태도
전도회가 진행되는 내내 가장 아쉬웠던 점은 교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 하거나 많은 관심을 쏟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기도는 열심히 했는데, 정말 많은 것을 몰랐다. 선교사훈련 때 가르치러 가는 것이 아니고 배우러 가는 것이라고 표어로 외치던 말들이 생각났지만, 정말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좌석에 조밀조밀 앉아 있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였는데, 마이크로 말하는 설교자의 소리보다 더 크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몇몇 집사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시켰더니, 회초리를 들고 때리거나 아예 쫓아내기도 하는 등 오히려 더 방해만 되었다. 단상 앞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답시고, 더 큰 소리로 야단을 치는 어른들 때문에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었다.
다음 날은 그렇게 하지 말고 아이들 사이에 앉아서 손짓과 눈짓으로 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몇 번의 교육 끝에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몇 명의 교사들이 아이들 가운데 앉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교인들이 설교에 집중을 하지 않고 잡담을 하고 있거나, 단상 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설교도중에 휴대폰을 충전시키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다. 전기가 없다 보니 예배 시간마다 휴대폰을 충전하는 이곳의 사정이 이해는 가지만, 눈살이 찌푸려졌다.
▲결심
마치기 3일전에 침례를 호소하면서 단상 앞으로 초청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호소를 해도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교인들이라도 센스 있게 나와 줘야 하는데...'
이미 교회에서 결심을 했던 사람들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거의 끝날 때 쯤 한 분의 아주머니가 앞으로 나오셨다.
아니, 한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아프리카에서 오직 한 명? 단 한 명의 영혼을 위해서 하늘에서 큰 잔치를 연다는 말씀도 다 잊어버린 채 밀려오는 실망감과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마지막 이틀 동안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그런데, 처음보다 떠드는 소리도 적었고, 잘 듣는 사람도 훨씬 많이 눈에 띄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을 비우고, 복음을 들은 사람이 많았다는 점에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결과를 주님께 맡겼다.
금요일 저녁 교인들 몇 명을 포함한 꽤 많은 사람들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안식일 아침에 갔더니, 결심자가 모두 11명이었다. 그 중 순수하게 이번 전도회를 통해 결심한 사람은 7명이었다.
▲침례식
침례식 일주일 전 단상 앞에 구덩이를 파더니 금방 침례탕이 하나 생겼다. 집회장소, 강도상, 의자, 침례탕까지 필요한대로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침례탕에 깨끗한 물을 채우기 위해서 3일 동안 교인들이 1km는 족히 될 듯한 골짜기로 내려가 물을 짊어지고 옮겨왔다.
침례식은 내가 집례를 하고, 통역을 맡았던 말렘베 목사가 스와힐리어로 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콩고에 온 뒤로 방문하는 곳 마다 침례식이 있으면 함께 집례는 했지만, 직접 전도회를 통해서는 처음 맺은 열매들이어서 이 11명의 영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교인들과 개척대가 새로운 침례자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행진을 하고 돌어왔다.
▲에필로그
전도회장으로 향하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았다. 미끄러운 진흙탕 길을 대각선으로 가는 차를 타면서 날마다 안전을 위해서 기도해야 했고, 아찔한 낭떠러지 위를 지나면서는 우리를 보내신 분의 성실하심을 되뇌었다.
인간적인 절망감을 맛본 날도 있었지만, 일을 하신 분은 분명 졸지 않으시고 피곤치 않으신 분임을 알았기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답답해하고 투덜거리는 우리를, 그들이 나를 보고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질 테니 쓰시겠다고 하셨다. 돌아보면 주님이 거기 계신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2주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까지 밤새도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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